현대차그룹 전기차 앞세워 중국·일본 시장 재도전…이유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 “일본 시장, 배우고 도전해야 하는 장소”
기아 측 “올해를 중국사업 반등 원년으로 삼을 것”
두 시장 모두 매력적이지만 진입 장벽 높아 난항 예상
국내 전기차 시장선 테슬라와 양강 구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일본에서 전기차를 앞세워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공표했고, 기아도 중국에서 전용 전기차 EV6를 시작으로 매년 전기차 신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1위인 중국과 틈새시장이 될 일본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한 시도란 해석이 따른다.
지난 8일 현대차는 약 13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2009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1만5000대에 그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결국 2009년 말 대부분의 사업을 정리했고 그동안 일본 시장에서 버스 등 상용 부문 영업만 해왔다.
이날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영상을 통해 “(승용 시장 철수 이후) 지난 12년간 현대차는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계속해 왔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 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사장은 “현대차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추구하고 있다”며 “일본 시장은 배워 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재진출 이유에 대해 전했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 친환경차 넥쏘, 아이오닉5를 론칭해 판매할 예정이다. 차량 판매 방식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탐색부터 결제·배송까지 전 과정 ‘원스톱 온라인 세일즈’로 운영한다.
앞서 기아도 올해를 중국 사업 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7일 기아는 중국 장쑤성 옌청시 정부와 ‘기아-옌청시 투자 확대 협약’을 체결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옌청시 정부는 기아의 중국 사업 발전과 성공적인 재도약을 위한 중국 사업 지원을 확대하고 기아 옌청공장의 수출 확대를 지원키로 했다.
중국 시장에서 기아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로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2016년 65만 대를 팔았던 기아는 2017년 36만 대로 판매량이 절반 가량 줄었고, 지난해 기준 약 12만 대를 팔았다.
기아는 내년 EV6를 시작으로 매년 전기차 신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해 오는 2027년까지 6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도 구축할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 출시하는 신차에 안전 및 신기술 사양을 대폭 적용해 상품성을 높이고, 주력 판매 차종을 카니발·스포티지와 같은 글로벌 전략 모델로 재편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아는 중국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의 경영구조도 재편키로 했다. 둥펑위에다기아는 당초 기아 50%, 둥펑자동차 25%, 장쑤위에다그룹 25% 지분 구조의 3자 체제였다. 최근 옌청시 소유 국영기업인 장쑤위에다그룹이 둥펑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는 둥펑위에다기아 지분 25% 인수 작업을 마무리함에 따라 양자 체제로 경영 구조가 재편됐다.
日·中 시장에 다시 승부수...이유와 성공 가능성은?
일본과 중국 시장은 각기 다른 이유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매력적이다. 일본은 한 해 450만 대 이상이 팔리는 세계 3위 시장이지만, 시장 내 전기차 점유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본 전기차 시장은 점차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80만엔(약 8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일본 도요타 등 현지 브랜드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전기차 전환에 늦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차가 전기차 분야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한 해에만 중국에서 전기차 271만7937대가 팔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대차그룹이 해당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자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수입차 비중이 현저히 낮아 진입 장벽이 높다. 중국 시장도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등 여러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자동차 판매망 자체를 구축하기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통장벽이 제일 큰 문제”라며 “소비자들이 아직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관련해서 이항구 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에 한 해에도 몇 백 대의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등 가격대가 높은 고급 전기차와 500만원대 저가 전기차로 양극화돼 있어 중간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일본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면서 전기차에는 늦은 편이라 전기차 베이스로 도전해볼 만하다”며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점유율 확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 VS 테슬라 양강 구도
아이오닉5(4월), EV6(8월), GV60(9월) 등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며 현대차그룹의 내수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났다고 한자연은 분석했다. 특히 아이오닉5, EV6의 경우 국내에서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판매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한자연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전기차를 출시하며 고가 전기차 시장을 점유해가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중견 완성차 3사(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차)의 경우 전기차 모델의 부재, 기존 모델 노후화 등으로 인해 다소 미미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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