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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값은 더 비싼데 세금은 더 낮다?” 자동차세 갑론을박

올해 출고 기준 자동차세 비교하면
그랜저 86만원, 벤츠 E250 51만원
세제 개편 시 세수 부족 등 고려해야

 
 
 
서울 강남구 테슬라 스토어 모습. [사진 연합뉴스]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수년 째 일고 있다. 자동차세는 배기량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고가의 수입차가 조세부담을 덜 지는 조세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다. 최근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도 확산되면서 자동차세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자동차세에 따르면 엔진 배기량이 클수록 세금을 많이 물게 된다. 지방세법 127조에 따르면,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세액을 곱해 산정하고 있다. 이때 비영업용의 경우 배기량 1000㏄ 이하는 ㏄당 80원, 1000㏄ 초과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는 ㏄당 200원을 납부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기량이 작은 고가의 수입차에 비교적 낮은 자동차세가 산정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현대차 그랜저는 3500만~400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E250은 6700만~7000만원, BMW 520i는 6000만원 중반대에 출고 가격이 형성돼 있다. 
 
올해 출고된 차를 기준으로 하면 그랜저 3.3 가솔린 모델(배기량 3342㏄) 자동차세는 교육세 등을 포함해 약 86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벤츠 E250은 배기량이 1991㏄로 자동차세(교육세 포함)가 51만원, BMW 520i(배기량 1998㏄)도 마찬가지로 51만원 정도로 계산되면서 가격이 더 비싼 차량이 자동차세를 덜 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최근엔 친환경차에 대한 세금 차이도 화두에 올랐다. 전기차의 경우 비영업용은 10만원가량의 자동차세를 낸다. 현행 제도 안에서 ‘그 밖의 승용 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 Y는 가격이 7900만~8600만원대지만, 13만원(교육세 포함)의 자동차세를 내게 된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차 그랜저가 억대를 호가하는 독일 수입차 3사보다 세금이 비싼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동차세는 시세에 맞춰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고 본다”, “국산차 타는 사람들이 자동차세 다 내주는 격” 등 의견이 분분하다. 
 
소비자들의 지적에 정치권도 자동차세 개편에 대해 주목해 왔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현행 자동차세 부과체계를 차량 가격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긴 64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세제 개편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세수 감소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 등의 문제가 있다. 고가 수입 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도시에서는 지방세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엔진 다운사이징(낮은 배기량 엔진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것)이 보편화됐는데도 불구하고 배기량만으로 세금을 책정하다 보니 조세 역전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세제 개편 시에도 세수는 보전하기 위해 배기량과 차량 가격을 5대 5 비율로 해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등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조항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 합의문 제2.12조 제3항에는 ‘대한민국은 차종 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차량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준을 바꾸려면 재협상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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