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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콘·돼지바 한식구”…롯데 ‘아이스크림 살림’ 합치는 배경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과사업 합병 검토중
1위 올라선 빙그레 겨냥 수익구조 개선 목적
시장 위축도 합병 이유로…경쟁은 더 치열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가 롯데푸드의 빙과사업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롯데제과]
 
월드콘과 돼지바가 ‘한 지붕 한 식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으며 빙과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자 롯데가 이에 맞서기 위해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시장 전체가 침체 상황인 만큼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와 빙과사업 합병을 검토 중이다. 기존에 롯데의 아이스크림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두 곳에서 생산·판매됐던 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합치면서 비용 절감과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제과는 월드콘, 스크류바, 수박바 등의 대표 상품을 갖고 있고, 롯데푸드는 돼지바, 구구콘, 보석바 등의 히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 측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이들의 빙과사업 부문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1위 올라선 ‘빙그레+해태’…롯데, 합병으로 1위 탈환? 

 
오랜기간 딴집 살림을 해 온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이제와서 합치려는 배경은 뭘까. 업계에선 가장 큰 이유로 업계 2위인 빙그레가 4위였던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것을 꼽는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줄곧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 순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지만 지난 2020년 빙그레가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문 ‘해태아이스크림’을 14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로 올라섰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롯데제과 점유율은 30.6%, 해태를 품은 빙그레는 40.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빙과사업을 합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은 45%를 넘어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롯데가 그룹 내에서 다양하게 운영되던 계열사들을 묶어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인수하지 못한 이유는 롯데 내에서 본 회사와 인수한 회사와의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롯데 측에서 롯데푸드는 인수한 회사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어 합병하는데 의견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롯데푸드는 롯데가 지난 1978년 삼강산업을 인수해 설립한 곳으로 롯데삼강을 거쳐 현재의 롯데푸드가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내부 상황에도 빙그레가 1위 자리를 위협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제는 통합작업을 통한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해태아이스크림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해태의 자생능력기 길러지면 통합 운영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따로 운영되고 있는 생산과 유통을 통합하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4분기 빙과부문에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늘어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이에 따라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빙과사업을 합치면 생산·물류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디저트 확대로 쪼그라드는 빙과시장…양강구도 본격화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도 합병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5년 2조원에서 2020년에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주소비층인 저연령층이 감소하고 있고 디저트 시장이 커피·케이크·초콜릿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태 인수 효과’로 빙그레는 설립 5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혈경쟁으로 영업익은 전년보다 34% 감소한 26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롯데·빙그레·해태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담합 혐의로 총 135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빙과시장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시장이 롯데와 빙그레의 양강 구도가 된다면 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경영은 가격정책과 마케팅이 관건으로 롯데와 빙그레의 양강 구도가 된다면 이들이 각자의 전략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향후 승기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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