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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 도입된 ‘사전기획’…추진과정서 주민과 ‘마찰음’

6~8개월 사전기획 소요시간 절차 늦출까 걱정
주민참여단 모집 과정서 선정여부 두고 마찰

 
 
서울 관악구 봉천13구역 모습. [연합뉴스]
신속하고 원활한 공공재개발 추진을 위해 지난해 말 서울시가 도입한 '사전기획 공공재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취지와는 다르게 사전기획과 관련된 별도의 절차가 추가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 사업지에서는 주민 참여단 구성을 놓고 형평성 시비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서울시와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사업지 중 용두1-6, 강북5, 흑석2, 홍은1, 장위8, 상계3, 거여새마을, 신길1구역 등 9개소가 지난해 말부터 사전기획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전기획 제도는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공공성 있는 계획 방향이 제시될 수 있도록 추가된 절차다. 계획수립 초기부터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이견을 조율하기 때문에 신속한 계획수립과 향후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 중인 공공재개발 추진구역에서는 사전기획 도입으로 오히려 동의서 제출과 정비구역 입안 제안 등의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전 기획가 및 사전기획자문단 세부 운영 계획 수립, 주민참여단 구성 등이 논란에 휘말리면서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지역 16곳 공공재개발 후보지 위원장들의 모임인 전국공공재개발협의회(회장 박종덕/신길1구역 공공재개발추진위원장)는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한국정보기술연구원(원장 유준상) BOB센터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강연에서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한 정비구역 수립절차 간소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시 A지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전기획이 '공공재개발을 신속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건데 오히려 사전 절차가 추가되면서 최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허비되게 됐다”며 “동의율 지정 70~80% 넘은 곳도 정비구역 지정에 대한 입안을 아직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계획은 계획수립 초기부터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협상테이블에 나와 이견을 조율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며 “하지만 입안해서 심의단계에 갔을 때는 좀 더 수월하게 빨리 통과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주민참여단 구성 놓고 형평성 시비 논란까지

 
사전기획 일부 사업지에서는 주민참여단 구성을 놓고 형평성 시비 논란이 일고 있다. 모집과정에서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측에는 해당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주민참여단 구성 기준에 있어서도 '접수일 선착순', '재개발 찬반여부'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실제 주민참여단 구성 공고 선정 방법에는 모집 신청서 접수일이 빠른 기준으로 선정한다는 문구 외에도 해당 구역 거주 요건, 재개발 찬/반여부, 지역특성별 배분, 건축물 용도,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공공재개발 반대 측에서는 해당공고에 대해서 미리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 주민단 선정에 신청하고도 만약 포함되지 않을 시 마찰이 예상된다.
 
주민 참여단은 사전기획 과정에서 서울시, 자치구 등과 한 팀을 이뤄 사전 기획가라는 전문위원들과 함께 자문단을 구성해 활동하게 된다. 각 사업지에 10명 내외로 구성되며, 전체적인 정비계획 수립 용역에 관련된 회의와 의견을 개진하게 되는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이렇기 때문에 자치구 등에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공공재개발에 호의적인 주민들로 자리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이다.
 
B지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모집과정에서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측에는 전혀 알려주지 않고, 공문도 다 비공개로 해놔서 제목밖에 못 본다”며 “타 구역 공공재개발 찬성 측 의원 한 분이 예기를 해줘서 우연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몰랐다면 공공재개발 찬성 측 등 미리 알고 있는 사람만 준비했다가 공고 시간 맞춰서 내버리면 끝나는 거 아니냐”며 “(공공재개발)찬성 측뿐 아니라 반대 측도 주민이다. 우리 의견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 관계자는 "일단은 주민들에게 모두 공개했으며 선착순이라고 해도 모든 걸 단 안배해 선정한다는 단서를 달아놨기 때문에 일방적인 선착순은 아니다"며 "너무 많이 몰릴 경우(100명 이상) 미리 제출한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참여단에 못 들어갔다고 해서 주민 의견을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초기 계획안을 만든 이후에도 계속 설명회를 여는데, 그때 주민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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