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7조 매출보다 순이익 더 많은 TSMC의 벽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3년 만에 탈환
메모리반도체 호황 덕분…비메모리는 아직
TSMC 1분기 순이익 8조원↑…영업이익률은 45%
삼성전자가 지난해 3년 만에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탈환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위라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목표 달성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아성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1분기 TSMC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그 벽은 더욱 견고해 보인다.
세계 1위 탈환했지만, 파운드리 왕국 아성은 여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원동력은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매출 신장이었다. 가트너에 따르면 메모리 부문은 가격 상승에 따라 전년 대비 33.2%의 매출 증가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3년 만에 1위를 탈환했지만, 삼성전자의 고민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서 ‘초격차’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건 상태다. 시장 규모가 30% 수준인 메모리 분야를 넘어 70% 차지하는 비메모리, 즉 파운드리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반도체 위탁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최근 공개된 TSMC의 실적을 보면 시장 장악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TSMC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5% 증가한 4911억 대만달러(약 20조76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48.7% 늘어난 2238억 대만달러(약 9조4500억원)였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5.6%에 달했다. 판매액의 절반 가까이 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순이익은 2027억 대만달러(약 8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TSMC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추정치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TSMC 측은 1분기 호실적의 이유로 견조한 반도체 칩 수요와 가격 상승을 꼽았다. 특히 1분기 매출이 급증한 것은 스마트폰, 고성능 컴퓨팅(HPC), 자동차 관련 칩에 대한 강력한 수요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2분기 매출도 30% 증가 예상…삼성전자 기술력 입증해야
문제는 TSMC의 전망도 밝다는 점이다. TSMC 측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올 2분기 매출이 최대 37%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난해 매출 568억 달러(7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나쁜 편은 아니다. 1분기 파운드리 매출 7조원을 바탕으로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30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규모는 2020년 874억 달러, 2021년 1101억 달러, 2022년 1321억 달러로 해마다 20%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 비율)로 대형 고객사가 이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여전히 TSMC의 기술력이 시장에서 더욱 인정받는 형국이다. 결국 수율 문제 등의 시장 우려를 기술력으로 불식시켜야 2030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액 기준 TSMC 시장 점유율은 52.1%로 삼성전자(18.3%)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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