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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공사중단' 사태에 고분양가 심사제 도마위로

편파적인 고분양가 심사 기준에 대한 업계 비판 이어져
광진그랜드파크 보다 공시지가 1.7배 높지만 분양가는 1.1배 낮아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전경. [연합뉴스]
 
둔촌주공 공사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HUG가 분양보증을 독점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가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라며 경쟁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공사를 중단한지 20여일이 흘렀지만 시공사업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과 조합은 서울시의 중재에도 여전히 공사비 증액 계약과 마감재 선정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 공정률은 52% 수준으로 공사가 멈춰선 상태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둔촌주공 공사중단 사태는 정부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한 것이 단초 역할을 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12월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이 총회를 거쳐 3.3㎡당 일반분양가를 3500만원 이상으로 산정해 분양 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는 이에 못 미치는 2978만원이 적정하다고 책정했다.
 
둔촌주공조합은 예상보다 조합원 부담금이 더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HUG가 제시한 분양 보증 가격으로 일반분양에 나서지 못했다. 재건축사업은 일반분양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HUG는 주택 분양 보증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 고분양가 심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분양가 심사 기준이 편파적이라는 업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둔촌주공조합이 HUG에 아파트 분양가(3.3㎡당 3550만원) 심사를 신청했던 2019년에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는 3.3㎡당 3370만원의 분양가로 HUG의 분양 보증을 받았다. 둔촌주공아파트와 광진그랜드파크의 개별 공시지가는 ㎡당 각 825만원, 492만2000원이었다.
 
둔촌주공아파트가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보다 세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1.7배 더 높았지만, HUG의 분양 보증 심사에서는 오히려 광진그랜드파크가 둔촌주공아파트보다 3.3㎡당 392만원 더 높은 가격에 승인을 받은 것이다.
 
서울 삼성동에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와 일원동에 공급한 '디에이치 포레센트'도 HUG는 각각 3.3㎡당 4780만원, 4569만원으로 분양 보증을 승인했다. 하지만 당시 래미안 라클래시와 디에이치포레센트의 개별공시지가는 ㎡당 각각 1595만원, 998만원으로 1.6배 차이가 있었다.
 
HUG에서는 당시 분양가 산정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는 당시 규정에 맞게 시세대로 분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타이밍이 좋았다"며 "둔촌주공아파트는 새로 바뀐 규정에 따라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가 책정한 분양가(3.3㎡당 2978만원)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둔촌주공재건축 조합은 차라리 이듬해인 2020년 7월부터 시행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고 일반분양에 나서는 것으로 선로를 바꿨다.
 
분양가상한제는 국토교통부가 택지비, 기본형건축비, 건축가산비 등을 더해 인근 시세 대비 20% 이상 저렴한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다. 강남, 서초, 강동, 송파, 마포, 영등포, 성동, 동작, 양천, 중구, 용산, 광진, 서대문 등 13개구 전체를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에 적용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강동구청에 분양가 산정을 위한 택지비 감정평가를 신청했고 강동구청은 감정평가업체에 택지비 감정평가를 의뢰해 ㎡당 2020만원으로 한국부동산원에 평가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부동산원은 지난 2월 강동구청이 의뢰한 둔촌주공 택지비 감정평가가 과도하게 높다며 보완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강동구청은 감정평가업체에 재감정을 의뢰한 결과 이전보다 ㎡당 160만원 가량 낮은 1864만원으로 택지비를 산정했다고 조합에 통보했다.
 
일반적으로 분양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택지비가 약 8% 줄어든 데다 분양가의 건축가산비 가운데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시공사업단과 이견을 보이면서 일반분양은 다시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공사비 증액과 자재 고급화 등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UG의 모호한 분양 보증 가격 산정 기준과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둔촌주공재건축 단지"라며 "정부 정책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둔촌주공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HUG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유일한 기관으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데다 주택 분양 보증업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 분양가 심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차라리 다른 기관에서도 분양 보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쟁 체제로 바꾸면 불공정 논란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조합이 HUG의 분양 보증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토부가 시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방식을 선택하면서 일반분양이 1차적으로 늦어진 것"이라며 "이후에는 조합 내부적으로 공사비 증액 문제 때문에 지연이 된 것이므로 HUG와 일반분양 지연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HUG 고분양가 심사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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