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에 수퍼카, 송아지까지…” 조각투자 어디까지 해봤니
[판 커진 쪼개기 투자②]
테사·뱅카우, 자산 소유권 분할로 법 규제 받지 않을 수도
투자할 때 자산의 법적 구조나 위험 등 충분히 검토해야
음악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이 되고,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규제 대상 요건을 공개하면서 관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조각투자는 고가의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 성립 요건 등을 상세히 안내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거래하는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자는 증권 규제에 맞춰 사업 모델을 개편하거나, 혁신 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뒤 합법적으로 영업해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조각투자 플랫폼의 자본시장법 규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증권성 성립’ 핵심 요건은 거래 상품의 소유권 분할 여부다. 앞서 금융위가 ‘투자계약증권’으로 규정한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은 실제 음악저작권의 소유권을 분할한 것이 아닌,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권리를 분할한 것이다.
미술품 등 실물 자산 소유권도 쪼개서 거래
대표적으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는 앤디 워홀과 뱅크시, 마르크 샤갈 등 유명 아티스트 작품을 먼저 구매하고, 추후 투자자들이 해당 작품의 소유권을 분할 매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법상 ‘공동소유’ 개념을 활용한 것으로, 각 투자자가 작품 지분 일부를 소유하는 식이다.
핀테크 기업 스탁키퍼가 운영하는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한우, 즉 생물 상품 거래를 지원한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송아지를 투자자들이 공동 구매하면, 협약을 맺은 한우 농가가 24개월 간 사육한 뒤 경매에 넘겨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성장한 소를 팔아서 얻은 수익금은 사료 등 사육비용을 제한 뒤 한우 농가와 투자자(지분에 따라)들이 나눠 갖는다.
테사와 뱅카우는 미술품과 한우 등 조각투자 대상 물품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해 가져가도록 한다는 점에선 유사한 점이 있다. 금융위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해 취득하는 방식으로 조각투자가 이뤄지는 경우 일반적인 상거래로 분류돼 민·상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규정한 만큼 테사와 뱅카우는 뮤직카우와 달리 자본시장법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테사는 최근 내부 법률검토를 거쳐 자사 상품은 증권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투자 특성 제각각, 법 적용 따져봐야
이번 금융위 가이드라인을 보면, 실물자산과 금융상품 등에 대한 투자라도 조각투자 대상의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투자수익을 분배받는 경우 해당 상품의 증권성이 성립된다. 일정 기간 경과 후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경우, 사업 운영에 따른 손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경우 등도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조각투자 상품의 구조와 사업화 양태, 금융시장 및 금융 질서에 미치는 영향, 투자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안별로 가이드라인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 판단 결과 증권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자는 현행 자본시장법 규제를 모두 준수하면서 증권을 발행·유통해야 한다.
규제를 모두 준수하기 어렵다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른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한시적으로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유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구조 재편이 어려운 조각투자 업체들의 혁신 금융서비스 지정 노력이 당분간 연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와 같이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인정된 업체들도 새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혁신금융서비스 적용이 끝날 때까지 현재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조각투자 서비스로는 카사, 펀블, 소유 등이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근 조각투자 서비스와 관련, 주의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자가 자산을 운용하여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약속’만 있을 뿐 투자자가 해당 자산을 직접 소유하는 형태가 아니거나 자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할 자산의 법적 구조 및 관련 위험을 충분히 검토한 뒤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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