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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철회 계획 없다'는 원스토어…IPO 자신하는 이유는

2018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31.3%…업계 평균(19.2%) 웃돌아
올해 말부터 글로벌 진출 본격화…2025년 300조 시장서 경쟁

 
 
원스토어의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지난 10일 오후 마무리됐다. [사진 원스토어]
원스토어가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지난 10일 마무리했다. 최종 공모가와 경쟁률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기관 대부분이 공모가 희망밴드(3만4300~4만1700원) 하단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뿐더러 (상장에 영향을 줄) 외부 변수가 많았다"며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많은 기업이 상장을 연기하고 있는데, 재정비를 거치고 공모가를 낮게 조정한 뒤 상장을 재추진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했다.
 
원스토어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장 보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달 중 원스토어와 나란히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됐던 SK쉴더스는 지난 6일 남은 상장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 등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 상장 예정이던 기업들이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다만 원스토어는 상장 일정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수요예측 첫날인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업종이 다르고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는 정도도 다르다"며 "상장 철회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반독점 규제는 성장 기회…글로벌 앱 마켓 시장 공략할 것

원스토어가 상장을 자신한 이유는 글로벌 앱 마켓 시장을 둘러싼 규제의 변화와 매출 구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스토어는 지난 2016년 출시된 토종 앱 마켓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앱 마켓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가 합작하며 시작됐다. 출시 2년 뒤에는 업계 관행으로 여겨졌던 인앱 결제 수수료 30%를 20%로 낮추며 매출 규모를 지속해서 키워가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형 플랫폼을 향한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스토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올해 초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는 이용자 수가 5000만명을 초과하는 대형 앱 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오픈 앱 마켓 법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은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막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행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막대한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이다.
 
이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제3자 앱 마켓을 허용하도록 조치하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독점 규제로 글로벌 앱 마켓 시장의 구조가 바뀐다면 제3자 앱 마켓 사업자인 원스토어에는 성장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김상돈 원스토어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상장을 미룬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원스토어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모를 통해 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매출 효자 '게임'…'고래 유저' 확보하는 데 집중

앱 마켓 내 게임 부문 매출이 지속해서 성장 중이라는 점도 원스토어의 자신감 중 하나다. 원스토어는 '낮은 수수료 정책'을 고수한 후 연평균 31.3%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앱 마켓 내 게임 거래 규모만 살펴보면 성장률은 더 높아진다. 원스토어의 게임 거래 금액은 2018년 이후 매해 평균적으로 40.6%씩 성장했다. 게임 부문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은 2142억원, 연간 거래 규모는 1조1319억원을 달성했다.
 
원스토어는 공모로 끌어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앞서 이 회사는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사업자와 현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원스토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낮은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고 게임 마니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등 앱 마켓 이용자에게 친화적인 운영 방식을 지속할 계획이다. 진헌규 원스토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이른바 고래 유저(수백만원 이상 결제하는 과금 이용자)를 찾아내고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이런 이용자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원스토어는 올해 하반기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내년에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진 CSO는 "유럽과 북미 시장은 보다폰(영국)이나 텔레포니카(스페인), 오렌지(프랑스) 등 다국적 통신사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들 기업과 제휴해 진입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선 선불카드로 모바일 콘텐트를 주로 결제한다는 점을 고려해 현지 결제 수단을 다양하게 지원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게임, 웹툰 등 콘텐트와 서비스 인프라도 강화한다. 먼저 신규 게임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올해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 37게임즈의 '히어로즈테일즈'를 비롯한 7개 국내외 대작 게임이 원스토어에 입점할 예정이다. 전체 게임 시장의 거래액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게임 입점도 추진한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게임의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2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며 "주요 게임 시장에서 원스토어 점유율은 약 12%로,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원스토어는 스마트폰, 콘솔 등 기기에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멀티 운영체제(OS) 플랫폼에도 도전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협력해 이용자가 원스토어로 설치한 게임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실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앱 마켓에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인앱 광고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한다. 애플이 자체 운영체제(OS)인 iOS에 제3자 앱 마켓을 허용하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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