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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무산 땐, 韓 항공 산업 직격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현주소와 전망] ②
아시아나항공 독자 생존 가능성 ‘희박’
재매각 전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 가능성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기.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해외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가운데, 양사 통합이 무산되면 한국 항공 산업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항공 화물 호조로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실패해도 경영상의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일부에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조 단위 자금을 감안했을 때, 통합이 무산되면 재무적 부담은 줄어들 것”이란 말도 나온다. 다만 부채비율이 3000%에 육박하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의 통합에 실패하면 사실상 독자 생존은 불가능할 것이란 진단이 많다.  
 

양대 항공사 통합 무산 시 이해득실은  

항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연결기준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는 5조3807억원에 달한다.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811%로 지난해 말 부채비율(2410.60%)보다 재무 상황도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이 항공 화물 호조 등으로 1분기 연결기준 14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선방하고 있으나, 그간 누적된 영업손실 등을 감안하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항공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무산되면 재매각을 통해 인수자를 찾아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데, 당장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회생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대한항공과 통합이 무산돼도 당장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과거 정부 시절처럼 아시아나항공의 문제를 떠안고 매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매물로서의 아시아나항공 가치를 높여 새주인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조적으로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돼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달성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서도 항공 화물 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인 7884억원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항공 화물 사업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명맥이 끊긴 항공 여객 수요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에도 양호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무산으로 한국의 항공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의 합종연횡으로 각국을 대표하는 대형 항공사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형 항공사의 출범이 좌절되면 한국 항공 산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실패는 단순 국내 기업들의 통합 무산이 아니라 한국 항공 산업 재편과 경쟁력 강화에 대한 실패일 수 있다”며 “한국 항공 산업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양사 통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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