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피제 무효 판결...노사 간 첨예한 대립[임피제 폐지 논란 기업들의 운명은①]
지난달 대법원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후폭풍' 거세
노동계 "임금피크제 폐지해야"... 임단협 요구안 등장
경제계 "30대 기업 95.7% 정년연장형 도입,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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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이 부른 임금피크제 폐지 바람
대법원 판결 후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고용연장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관련 대응 방향까지 배포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법원 판단 기준에 근거한 개별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사전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 소속의 노동조합은 이미 한국노총의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임단협 교섭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시키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개 기업(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자동차)이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그룹 노조연대, KT 등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거나 사측에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임금피크제 무효 논란' 제대로 알아야
경제계는 노동계의 임금피크제 폐지 주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둘러싼 노사 갈등, 노동계 줄소송 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7일 '최근 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한 대응 방향'을 배포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30대 기업의 임금피크제 실태를 조사했고, 같은 달 31일 주요 기업의 부서장 회의까지 진행했다. 경총은 "실태조사 결과, 대다수 기업이 정년연장형을 도입하고 있다"며 "도입 목적은 정년연장, 신규채용 확대, 고용유지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유지형 중에서도 예외적인 사례로 대부분 기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총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95.7%는 정년연장형을 도입했다. 경총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해도 기존 규정상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성급한 일반화보다 개별·구체적 사안에서의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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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임금피크제 도입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현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65세부터 받는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라며 "과거 임금피크제가 없을 때는 은퇴 후 55세부터 10년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0세까지는 급여를 절반 정도까지 주면서 고용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임단협 시즌을 맞아 노조가 이번 대법원 판례를 교섭 우위에 서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단협 교섭에 나선 일부 기업의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 외에도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실제 기업에 적용된 임금피크제와 대법원 판결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사실 임금피크제 폐지는 수년간 단체교섭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한다기보다 이를 동력으로 삼아 퇴직금 규모 확대, 정년연장 등 다른 것들을 얻고자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금피크제 폐지 논란은 오는 16일 예정된 KT 임피제 소송 1심 판결의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KT 전현직 직원 1300여 명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삭감됐음에도 업무량, 강도는 줄지 않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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