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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사용권 서비스 페이센스에 뿔난 OTT 사업자들

OTT 일일 이용권 판매한 페이센스…OTT사 "명백한 불법 행위"
OTT 사업자들, 계정 공유 제한이 원칙…관련 서비스 법률 대응 검토

 
 
페이센스는 지난 5월부터 국내 주요 6개 OTT 서비스를 하루(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일일 이용권을 판매 중이다. [사진 페이센스 홈페이지]
"넷플릭스 하루만 빌려보세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국내외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하루 단위로 끊어 파는 플랫폼이 나타났다. OTT 서비스의 일일(24시간) 이용권을 판매 중인 '페이센스' 얘기다. 페이센스는 국내 서비스 중인 주요 6개 OTT 서비스의 일일 이용권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페이센스가 왓챠,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 이용권을 여럿 구매한 뒤, 플랫폼 이용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OTT 사업자가 제공하는 특정 이용권을 구매하면 여러 명이 같은 계정에 동시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페이센스가 OTT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팔기 시작한 건 지난 5월부터다. 이 회사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디즈니플러스, 라프텔 등의 일일 이용권을 500~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용권은 모두 '프리미엄' 서비스로, 페이센스로부터 계정 정보를 받아 각 OTT 콘텐트를 가장 좋은 화질로 24시간 동안 감상할 수 있다. 주말에는 이용자가 몰려 일일 이용권을 구매하지 못할 만큼 이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도 많다.
 
페이센스처럼 OTT 이용권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도 인기다. 피클플러스는 OTT 계정을 공유하고 구독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이용자를 10만명 모았다. 피클플러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벗츠, 링키드, 그레이태그 등에도 사람이 몰리는 건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OTT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적게는 4000원대, 많게는 1만원대 후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면 비용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어서다.
 
페이센스가 판매 중인 국내 주요 6개 OTT 서비스의 일일 이용권 [사진 페이센스 홈페이지]
OTT 사업자들은 원칙적으로 이런 계정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2~4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계정은 가족이나 동거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그동안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은 계정 공유 플랫폼을 알면서도 눈감아 줬다. 여러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늘었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구독자 유치에 힘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계정 공유 플랫폼을 사용하는 OTT 이용자를 다른 이용자와 구별하지 쉽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OTT 사업자들은 페이센스의 일일 이용권에 대해선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다. 구독 형태로 운영되는 OTT 플랫폼의 수익 체계를 무너뜨리는 데다, 명백한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페이센스의 일일 이용권은 구독 형태로 운영되는 OTT 콘텐트의 가치를 질적으로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콘텐트 수급 계약과 제작, 투자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구독 기간과 이용금액이 정해진 것인데, (페이센스의 일일 이용권은) 콘텐트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일 이용권으로는 하루 1~2개 콘텐트만 소비할 수 있을 텐데, 구독 서비스는 소수의 콘텐트를 빨리, 많이 팔아서 단기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독 서비스의 목표는 구독이라는 틀 안에서 고객에게 장기적으로 질 좋은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일일 이용권은 OTT 사업자뿐만이 아니라 이용자의 시청 경험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OTT 사업자 계정 공유 모니터링 강화 계획 

웨이브, 왓챠, 티빙은 최근 페이센스에 일일 이용권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사진 각 사]
웨이브와 왓챠, 티빙 등은 지난 10일 페이센스에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여기에는 페이센스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을 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왓챠 관계자는 "현재 법무 대응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내부에서도 페이센스 서비스의 불법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즉각 대응했다"고 했다.
 
OTT 사업자들은 페이센스를 시작으로 계정 공유 서비스의 모니터링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일부 사업자는 계정 공유 서비스 또한 이용약관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약관을 통해 가족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만 재차 밝혔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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