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정 사임한 AIA생명, 한국시장 떠날까...매각설 ‘솔솔’
피터 정 전 대표 5월 말 사임 두고 AIA그룹 “韓서 철수 아냐” 입장문
생보시장 포화 속 韓서 떠난 외국계 생보사 전철 밟을까
최근 피터 정 AIA생명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과 맞물려 AIA생명 매각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를 반년이나 남겨두고 조기 사임하면서 22일 업계에서는 ‘AIA생명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AIA생명은 2019년 말에도 차태진 전 대표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하고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며 매각설이 돈 바 있다.
AIA생명은 지난 21일 피터 정 전 대표가 횡령사고를 내 사임했다는 한 언론매체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반박자료를 냈다.
AIA생명은 “최근 AIA 생명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피터 정 전 대표의 사임은 개인적인 사유이며 AIA그룹은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 회사인 AIA그룹은 한국 사업에 지속적으로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정 전 대표의 횡령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CEO의 사임이 한국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셈이다.
피터 정 전 대표는 2017~2019년 AIA그룹 지역 비즈니스개발 총괄임원을 지내다 2020년 1월부터 AIA생명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AIA생명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며 2018년 AIA생명의 야심작 ‘AIA바이탈리티’를 론칭시켰다. 전세계 24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AIA바이탈리티는 건강을 유지하면 보험료 할인과 일상 속 혜택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AIA그룹의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 서비스를 2018년 들어 한국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후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인 2020년에는 월 회비 5500원을 납부하는 유료화된 ‘AIA바이탈리티 2.0’이 출시됐다. 최근에도 AIA생명은 종신보험과 연계한 AIA바이탈리티 상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올 12월까지인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 만료를 반년이나 앞두고 갑자기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AIA생명은 2017년 2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듬해 순익이 600억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AIA그룹이 AIA생명을 한국지점 형태로 운영하다 2018년 1월 한국법인으로 전환하며 생긴 비용 영향이 컸다. 이후 AIA생명 실적은 오름세를 타며 지난해 순익이 1758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특히 보장성보험 위주의 영업을 진행하는 회사답게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4%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신계약 금액도 지난해 말 약 24조원으로 전년 동기(21조6000억원) 대비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인 전환 후 오히려 눈에 보이는 지표는 좋아졌다”며 “위험손해율 등 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수치도 고려해야겠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이 당장 CEO를 해임시킬 정도의 지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IA생명의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터 정 전 대표의 전임자인 차태진 전 AIA생명 대표는 2019년 말 개인적인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CEO자리에서 사임한 바 있다. 이후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며 AIA생명은 매각설이 돈 바 있다.
업계에서는 피터 정 전 대표가 어떤 연유로 사임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AIA생명이 언제든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이는 국내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90년대 이후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생보사들이 하나 둘,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주요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ING생명(2013년·네덜란드), 우리아비바생명(2014년·영국), 알리안츠생명(2016년·독일), PCA생명(2017년·영국) 등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AIA생명이 힘을 주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에서도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연계된 대형 보험사들, 그리고 국내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형사들은 외국계 회사보다 사업 확장에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AIA생명이 헬스케어 플랫폼 AIA바이탈리티를 다른 회사보다 비교적 일찍 선보이며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꾸준히 강자자리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A생명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한국시장 철수설에 힘이 실리는 원인이다. 지난 4월 AIA생명은 올해 700억원(1주당 1160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AIA생명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560억원(1주당 928원), 600억원(1주당 995원)을 배당했는데 1년 만에 배당금을 100억원이나 늘렸다.
AIA생명은 100%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홍콩계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로 배당금 전액이 지급된다. 매각을 앞두고 고배당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브그룹에 매각 계약이 체결되기 전 라이나생명은 2016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책정해왔다.
한편 AIA생명은 입장문에서 조만간 새 CEO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박정진 전무가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A생명 새 대표에 구조조정 전문가인 정문국 전 오렌지라이프 대표가 내정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AIA생명 측은 “좋은 분(CEO)이 있으면 빠르게 모시겠다 정도의 계획”이라며 “후임 인선에 대해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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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생명은 2019년 말에도 차태진 전 대표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하고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며 매각설이 돈 바 있다.
“피터 정 사임은 개인적 이유…韓서 계속 헌신할 것”
AIA생명은 “최근 AIA 생명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피터 정 전 대표의 사임은 개인적인 사유이며 AIA그룹은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 회사인 AIA그룹은 한국 사업에 지속적으로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정 전 대표의 횡령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CEO의 사임이 한국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셈이다.
피터 정 전 대표는 2017~2019년 AIA그룹 지역 비즈니스개발 총괄임원을 지내다 2020년 1월부터 AIA생명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AIA생명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며 2018년 AIA생명의 야심작 ‘AIA바이탈리티’를 론칭시켰다. 전세계 24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AIA바이탈리티는 건강을 유지하면 보험료 할인과 일상 속 혜택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AIA그룹의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 서비스를 2018년 들어 한국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후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인 2020년에는 월 회비 5500원을 납부하는 유료화된 ‘AIA바이탈리티 2.0’이 출시됐다. 최근에도 AIA생명은 종신보험과 연계한 AIA바이탈리티 상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올 12월까지인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 만료를 반년이나 앞두고 갑자기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AIA생명은 2017년 2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듬해 순익이 600억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AIA그룹이 AIA생명을 한국지점 형태로 운영하다 2018년 1월 한국법인으로 전환하며 생긴 비용 영향이 컸다. 이후 AIA생명 실적은 오름세를 타며 지난해 순익이 1758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특히 보장성보험 위주의 영업을 진행하는 회사답게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4%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신계약 금액도 지난해 말 약 24조원으로 전년 동기(21조6000억원) 대비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인 전환 후 오히려 눈에 보이는 지표는 좋아졌다”며 “위험손해율 등 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수치도 고려해야겠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이 당장 CEO를 해임시킬 정도의 지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생보시장 포화, 다른 외국계처럼 떠나나
업계에서는 피터 정 전 대표가 어떤 연유로 사임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AIA생명이 언제든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이는 국내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90년대 이후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생보사들이 하나 둘,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주요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ING생명(2013년·네덜란드), 우리아비바생명(2014년·영국), 알리안츠생명(2016년·독일), PCA생명(2017년·영국) 등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AIA생명이 힘을 주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에서도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연계된 대형 보험사들, 그리고 국내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형사들은 외국계 회사보다 사업 확장에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AIA생명이 헬스케어 플랫폼 AIA바이탈리티를 다른 회사보다 비교적 일찍 선보이며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꾸준히 강자자리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A생명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한국시장 철수설에 힘이 실리는 원인이다. 지난 4월 AIA생명은 올해 700억원(1주당 1160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AIA생명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560억원(1주당 928원), 600억원(1주당 995원)을 배당했는데 1년 만에 배당금을 100억원이나 늘렸다.
AIA생명은 100%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홍콩계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로 배당금 전액이 지급된다. 매각을 앞두고 고배당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브그룹에 매각 계약이 체결되기 전 라이나생명은 2016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책정해왔다.
한편 AIA생명은 입장문에서 조만간 새 CEO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박정진 전무가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A생명 새 대표에 구조조정 전문가인 정문국 전 오렌지라이프 대표가 내정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AIA생명 측은 “좋은 분(CEO)이 있으면 빠르게 모시겠다 정도의 계획”이라며 “후임 인선에 대해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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