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한·미 금리 역전, 후폭풍 미리 대비를 [조원경의 글로벌 인사이드]
6월 현재 기준금리 격차 0.00~0.25%포인트
환율 상승, 주가 하락, 투자자금 유출 우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 자본 유출될지 살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 올려 기준금리가 1.50~1.75%로 되었다. 0.75%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7월에도 감행해 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3.4%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아찔하다.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7월에 빅스텝(0.5% 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연준이 몇 차례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벌써부터 환율 상승, 주가 하락, 투자자금 유출, 물가상승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네 차례(7·8·10·11월) 기준금리를 올려도 강도가 높지 않은 베이비스텝(0.25% 인상)이라면 연말 우리의 기준금리 수준은 2.75%가 되기에 연말 미국 기준금리(3.4%)보다 크게 낮다. 한은이 한 차례 정도의 빅스텝은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효한 이유다.
한은도 한 차례 정도 빅스텝 밟을 듯
미국 금리 인상기 중 금리 역전기는 3번에 걸쳐 있었다. 첫 시기는 1996년 6월~2001년 3월, 두 번째 시기는 2005년 8월~2007년 9월, 세 번째 시기는 2018년 3월~2020년 2월이다. 첫 시기에서 미국 금리가 1.50%포인트 높은 때가 2000년 5월~10월까지 6개월이나 지속됐다. 두 번째 세 번째 시기의 최고 금리차는 각각 1.00%포인트(2006년 5~8월), 0.875%포인트(2019년 7월)였다.
미 국고채는 외국인 비중이 크지만, 우리나라 국고채는 장기 투자하는 보험사 등의 비중이 큰 편이다. 높은 국가 신용등급에 힘입어 외국인의 꾸준한 채권 매수세가 유입되었으나 주식시장에 비하면 비중이 적다. 금리 역전 시기에도 예외 없이 외국인 투자 자금은 순유입 되었다. 첫 시기에는 168억7000만 달러가, 두 번째 시기에는 304억5000만 달러가, 세 번째 시기에는 403억4000만 달러가 유입되었다.
주식만 본다면 다르다. 첫 역전기에는 209억3000만 달러의 주식 투자자금이 들어왔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역전기에는 각각 263억4000만 달러, 83억6000만 달러씩 빠져나갔다. 두 번째 역전 시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에 대거 들어온 외국인들이 주가 급등과 원화 절상에 따른 차익 실현 경향이 강했다. 세 번째 역전 시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경기 논란 등이 겹쳐 주식시장 자체가 약세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떠나 미국과 우리나라 간 금리 역전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여하튼 통상적으로 이런 시기에는 코스피는 상승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는데, 두 번째 시기에는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 자본 유출입은 대외 금리차의 영향도 받지만, 무엇보다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털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환율 상승 위험이 있다. 달러 강세인 고환율 상황에선 우리나라 자본의 해외 유출이 커질 가능이 커진다. 외국인 자본 유출→강한 매도세→자산시장 하락과 함께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도 유발할 수 있다. 원자재 수입 가격을 더 밀어 올려서 물가상승의 가능성이 더 커지며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도 야기할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면 물가상승 문제를 넘어 경기 침체도 불가피할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고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다. 금리 역전 기간에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게 순리이다. 금리 격차가 커질수록 자본 유출이 심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 시기의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의 악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채권시장은 다른 문제이다. 과거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는 민간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은 외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직접투자가 많은 편이다. 잔존 만기 3년 이상 국고채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다. 채권 투자는 주식 자금에 비해 장기 투자적 성격이다. 그래서 한·미 간 금리차가 역전이 된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자금 추이보다도 외국인 채권자금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외국인 주식자금보다 채권자금 추이 중요
만약 1년 만기 통화스왑(CRS)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무슨 의미일까?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한다는 의미이고, 국제시장에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극단적으로는 CRS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가게 된다. 이번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점을 다양한 시나리오로 분석하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금리 격차 관리를 잘 관리해 두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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