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나서는 루닛·에이프릴바이오… 바이오株 투심 살릴까
루닛, AI헬스케어 기업으로 목표 시가총액 5148억원
에이프릴바이오 수요예측 13~14일, 공모가 최대 373억원
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기업공개(IPO)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정밀 표적치료제 개발기업인 보로노이에 이어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전문기업 루닛, 신약 개발사 에이프릴바이오가 7일부터 공모 일정에 돌입한다. 루닛은 장외 시장 몸값이 조(兆) 단위에 달해 하반기 바이오 기대주로 꼽힌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총 3차례에 걸친 한국거래소 심사 끝에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넘었다. 최근 바이오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두 회사가 공모 흥행에 성공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기업인 루닛은 7월 7~8일 양일간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7월 12~13일엔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받는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루닛은 지난 2013년 카이스트(KAIST) 학생 6명이 모여 창업한 의료 AI기업이다. 2014년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1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으며 2015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AI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 영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력 제품으로는 암 진단 시 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와 면역항암제의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루닛 스코프(Lunit SCOPE)’ 등이 있다.
루닛 기업가치 5000억원 수준될 듯
루닛의 인공지능 기술은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한국기업데이터와 이크레더블 등 2개 기관에서 모두 ‘AA’ 등급을 획득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헬스케어 기업 중 2개 기관에서 모두 ‘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루닛이 최초다.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A’등급과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상장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루닛은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 5000억원 이상에 도전한다. 루닛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4000~4만90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4623억~5148억원이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720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서 기업가치 5000억원을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할인은 적용되지 않았다.
루닛은 지난 1월 장외시장에서 주당 가격이 10만원을 돌파하며 시총이 1조원대를 넘어섰다. 상장 기대감이 반영되며 비상장주식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6일 현재 루닛의 장외시장 주가는 6만원선이다.
신약 개발사 에이프릴바이오도 공모 절차를 밟는다. 에이프릴바이오는 7월 13~14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7월 19~20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공모주는 162만주다. 희망 공모가는 2만~2만3000원으로 총 공모금액은 324억~373억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170억~2495억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지난 2013년 1월 설립된 에이프릴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가 면역질환 치료제 ‘APB-A1’의 기술이전 계약을 덴마크 룬드벡과 4억4800만달러(약 5400억원·계약금 포함)에 체결했다. 선급금으로는 1600만달러(약 234억원)을 수령했다. 이는 국내 비상장 바이오텍 중에서 가장 큰 금액이다.
상장 예비심사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해 10월 두 평가기관에서 A, BBB등급으로 기술평가를 통과한 뒤 같은 해 기술특례 상장 트랙으로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지난 3월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이후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한 차례 속개 끝에 지난 5월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결정됐다. 시장위가 상장위 심의 결과를 뒤집은 사례는 에이프릴바이오가 최초다.
유한양행, 에이프릴바이오에 100억원 출자
에이프릴바이오 2대 주주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 진행된 에이프릴바이오의 시리즈 B 투자유치 당시 전략적 투자자(SI)로 3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1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상장 후 유한양행의 지분율은 9.94%(222만4510주)로, 유한양행은 우호주주로서 상장 후 2년간 의무보유확약에도 참여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시리즈 A·B·C 투자를 통해 총 505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마지막 시리즈C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1000억원대로 평가받았으나, 2021년 룬드벡과 5000억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장 시 기업가치는 2000억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룬드벡 기술이전 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APB-A1을 제외하면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대부분은 아직 전임상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상장위의 미승인 통보 당시에도 상장위는 기술개발 지연, 임상 진행 여부, 추가 기술이전 계약 성사 가능성 등에서 의구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회사들의 IPO가 늘고 있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성장성에 베팅하는 바이오주 투자 매력이 크게 반감됐기 때문이다. 앞서 장외에서 1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보로노이도 몸값을 5000억원대로 크게 낮추고 두 번째 도전에서야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투자심리는 어느 때보다 위축된 상황으로 바이오 공모주들도 수요예측이나 청약 흥행에 실패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전반적인 증시 약세도 지속되고 있어 실적, 적정 공모가 수준 별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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