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괜찮은 중소형주에 투자해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시가총액 큰 대형주 지속적인 상승 어려워
당분간 코스피 2300~2600 정체 가능성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0.9%를 기록했다. 1분기 -1.6% 성장에 이어 두 분기째 역성장이다. 미국의 경기분류 기준에 따르면 연속 두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그 시기를 경기침체(recession)로 본다. 이 기준에 맞아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미국 정부는 아직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경기침체’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실업자가 늘어난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이 고용인력을 내보내고, 신규 인력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고 소비가 약해진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에 소비둔화가 다시 경제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지금은 정반대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 수준에 머물고 있고, 분기당 100만명 이상의 신규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을 고용 있는 경기침체라고 얘기한다. 10여년 전에 경기가 좋아져도 고용이 늘지 않았던 상황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만큼 지금은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불황과 다른 모습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내년에 미국에서 실업자가 갑자기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예상보다 미국 경기침체 빨리와
이같은 이례적인 모습이 된 건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막대한 유동성과 재정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창때 미국국민이 4조달러가 넘는 저축을 가지고 있어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다 보니 자연히 실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간이 지나면 고용지표가 경제와 같이 나빠질 거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미국 노동시장의 초과수요가 너무 커 당분간 실업률이 올라갈 일이 없을 거란 전망도 있다
미국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갔지만, 금융시장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용위험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가계가 가지고 있는 초과저축과 안정적인 고용시장, 높아진 금융기관의 대응 능력이 신용위험이 커지는 걸 막고 있다. 문제는 이 요인 대부분이 완화정책에 의해 확보됐다는 점이다. 금리인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영향권 내에 들어가지 않았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걸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용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주식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경기 침체다. 2분기 성장률은 두 가지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경기침체가 견딜 만하다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이미 주가가 떨어졌고, 그 뒷모습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한 이상 경기침체의 영향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반대로 더 심한 추가 침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실업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주가가 더 내려갈 거라 걱정하고 있다. 어떤 쪽이 됐든 예상보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빨리 왔다는 건 모두 인정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가 2.5%가 됐다. 금리 인상이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었다. 발표 당일 나스닥 지수가 4%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7월 정례 회의 이후 연준 의장이 긴축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얘기한 부분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금처럼 과격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고,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선회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의 관계를 보면 기준 금리를 처음 인상하기 전에 시중금리가 올랐다가, 막상 금리를 인상하면 시중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 인상이 2~3번 계속될 때까지 시중금리가 따라 오르지만,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 금리가 반응하지 않는다.
이 관계가 이번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연준이 한창 금리를 올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6%를 바닥으로 1.5%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상반기에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3.4%까지 치솟았다. 6월에 상황이 바뀌었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할 정도로 긴축 강도가 세졌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끝난 건데, 그 덕분에 금리를 올려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게 됐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려 연말에 3%를 넘긴다 하더라도 이 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박스권 머무는 동안 금리인상 이어져
주식시장이 어려운 국면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 코스피가 2300을 바닥으로 2400대 중반까지 상승했고, 금리도 한 달 째 하락을 계속하고 있다.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국제 유가의 경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큰 걱정거리였던 미국이 경기 침체도 기정사실이 돼 위력이 약해졌다.
주식시장이 미래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재료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가, 실제 일이 벌어지면 영향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경제가 주식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재료와 다르게 봐야 하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경기침체 우려를 했던 것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 주식시장이 박스권 상단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시도를 할 걸로 보인다. 아무리 높아도 상단이 2600을 넘기긴 힘들다. 하단 역시 2300 밑으로 내려가는 일이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등 변화가 예상되지만, 주가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거로 보인다. 이미 악재의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등 초기에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기업을 찾는데 그런 매매가 나타난 것이다. 주가도 낮아 부담이 없었고,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괜찮아 대형주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대형주 상승이 끝나면 중소형 테마주로 매수가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가 상승은 반등일 뿐 추세적인 상승이 아니다. 시장 에너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계속 상승하기 힘들다. 중소형주는 이번 상승에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 별 혜택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가격도 높지 않다. 앞으로는 상당기간 시장을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지수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는 중소형주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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