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놓고 카톡한다…GM 자율주행 현주소 '슈퍼 크루즈'
[시승기] 슈퍼 크루즈 적용된 캐딜락 XT6·에스컬레이드
운전대 잡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전방 차량 주춤하면 스스로 추월
전방 주시 안 하면 안전 위해 '경고'

시속 70마일(약 110km) 이상으로 차들이 매섭게 질주하는 미국 미시간 주의 한 고속도로. 카톡 알림음이 울리자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꺼낸 뒤 메시지에 답한다. 그리고 다시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차량이 멈춰선 상태가 아님에도 말이다. 운전자는 전혀 걱정이 없다. 특정할 수 없는 미래,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이 2022년 현재 벌어지고 있다.
GM의 '슈퍼 크루즈(Super Cruise)'가 이를 현실로 만든다. 아직 국내 도입 전이라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 현대·기아의 HDA2 정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7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 주 버밍엄에서 GM 주행 시험장이 있는 '밀포드 프루빙 그라운드(Milford Providing Ground)'까지 약 한 시간, 35마일(56㎞) 정도를 달렸다. 10년이 넘는 운전 경력에 국제운전면허증도 소지했지만, 미국에서의 첫 운전 경험은 떨렸다. 주행 초반에는 불안했던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금세 마음이 진정됐다. 아마 GM의 첨단 주행보조 기능인 '슈퍼 크루즈' 덕분이었던 것 같다.

운전대에서 손을 완전히 뗀 상태로 주행 가능한 것이 슈퍼 크루즈의 핵심이다. 현장에서 GM 관계자는 줄곧 '핸즈프리'를 강조했다. 실제 이날 시승을 하면서 운전대에 손을 올릴 일이 거의 없었다. 전방 차량이 차선 변경을 위해 주춤하자 시승차는 스스로 차선을 변경해 추월했다. 놀라웠다. 아직 국내 기업은 이 정도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사용해보는 기능이라 겁을 먹기도 했지만, 의외로 사용법이 간단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운전자 보조 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큰 차이가 없다. 운전대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에 위치한 세 가지 버튼(차간 거리·속도·차선 제어)을 순차적으로 눌러주면 슈퍼 크루즈가 작동한다.
GM에 따르면 슈퍼 크루즈는 아직 일반 도로에서 활용이 불가능하다. 도로 정보가 확보된 일부 고속도로 구간에서만 작동한다. 슈퍼 크루즈 활용 가능 구간에 진입하면 차량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디지털 클러스터(계기반)에 운전대 모양의 아이콘이 표시되는 방식이다.

슈퍼 크루즈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GM의 마인드도 엿볼 수 있었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실내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가 쉴 틈 없이 운전자를 감시한다.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경고가 시작된다. 이를 무시하면 운전대 상단에 위치한 램프에 적색등이 깜빡인다. 그런데도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시트 진동, 비상등 점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끝까지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거부하면 차량 스스로 슈퍼 크루즈 기능을 차단한다.
GM의 슈퍼 크루즈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에 가장 먼저 이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라는 게 현장에 있던 GM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타깝지만 슈퍼 크루즈의 한국 시장 도입은 미정이다. GM이 한국을 싫어해 의도적으로 슈퍼 크루즈 기능을 탑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GM의 슈퍼 크루즈는 구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 정부는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약 한 시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GM의 슈퍼 크루즈는 제법 인상적이었다. 규제 완화로 한국에서도 이 기능을 조속히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디트로이트(미국)=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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