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치는 인터넷은행…여성 사외이사 현황 보니
지난 5일 이사회 성별 구성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카뱅, 女 이사 선임 등 ESG경영 본격화
필수 적용 아니면…케뱅·토뱅 ‘걸음마 단계’
금융업계 내 ‘혁신’을 외치던 인터넷전문은행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선 은행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상장사인 카카오뱅크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과 ESG위원회 신설 등으로 ESG 경영을 실천 중이다. 하지만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는 아직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 하지 않았고,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은 토스뱅크 또한 ESG경영에 있어선 걸음마를 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 올해 초 여성 사외이사 선임
카카오뱅크가 올해 초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은 이달 5일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조치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본금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한다. 이사회 내 여성 사외이사를 필수로 포함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사회는 경영자를 관리‧감독하는 업무 수행 시 다양한 관점과 지식이 필요하다”며 “여성 이사의 선임으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확보돼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 투자의 일환으로 여성인력을 활용한 기업에 대한 투자 사례도 있어 여성 이사의 선임은 ESG 관련 자본 유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과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 현황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다. 그간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대비 ESG경영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SG)이 진행한 ESG 지배구조 평가에서도 B+ 등급을 받아 전년도 A등급에서 한 단계 하락한 바 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발간으로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보고서에는 출범 이후 ESG 부문의 노력과 성과를 담았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매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확대하고 환경과 지배구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영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금융 기술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편익을 증진하고 금융산업과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은행으로 혁신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필수 의무 아니면…ESG경영은 걸음마 단계
특히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시급한 곳은 케이뱅크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ESG 지배구조 평가에서 시중은행들 가운데 유일하게 가장 높은 A+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는 소극적이다.
최근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케이뱅크가 상장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아직 케이뱅크 사외이사 8명은 전부 남성이다. 상장 준비와 동시에 여성 사외이사도 선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추후 상장 시점이 정해지고 그에 맞춰 여성 사외이사 물색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은 토스뱅크 또한 사외이사 6명 중 6명 전부가 남성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아직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 등은 참고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상장사인 주요 시중 은행의 경우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음에도 이미 사외이사에 여성 인력을 포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문수복 사외이사, 신한은행은 이인재 사외이사, 하나은행은 이미현·최현자 사외이사 등이 여성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법룰‧회계 등 전문성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해, 이사회 내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는 동시에 전문성 제고를 꾀하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나온 이후에 금융사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케이뱅크 또한 현재는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상장 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법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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