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사라질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마이너스 금리, 경기 부양 효과 미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사라질 전망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상이 서민의 목줄을 죄고 있다. 우리의 물가는 어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3%로 7월보다 0.4% 포인트 낮아졌다. 하락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통계를 보고 물가가 진정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을 할 수 있을까?
각국의 상황은 어떤가? 미국을 보면 정점을 지난 것 같고 영국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 헷갈린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보더라도 미국은 하락했으나 영국은 전년 동기대비 10.1%로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영국 상황이 다른 유럽 국가 보다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7월 CPI는 미국보다 인상율이 낮은 독일(7.5%), 프랑스(6.1%), 이탈리아(7.9%) 같은 유로존 국가 보다 훨씬 높다.
미국·영국 물가 정점 달라 혼선 주는 상황
국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판단되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나 기축통화이자 안전통화인 달러 보유에 대한 유인은 증대된다. 달러 매수 압력이 이어지면서 달러 가치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영국을 포함해 유럽 경제를 바라보는 눈이 불안하다. 씨티은행의 전망도 한 몫 했다. 씨티은행은 영국의 CPI가 내년 1월 1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때 가서야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1달러=1유로 패러티가 깨졌다. 달러 강세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변동금리-달러 표시 대규모 차입을 한 국내 기업은 엄청난 부담을 겪고 있다. 호환마마 보다 무서운 환율의 급격한 변동과 금리 인상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기업이나 달러 표시 부채로 고통 받는 국가가 늘고 있다.
우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1년 전 대비 달러 환율이 10%이상 올랐다. 해외 차입에서 환변동성의 무서움이 이 정도로 발생하리라고는 그 어떤 기업이 생각했을까. 신흥국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물가인상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고 금리인상은 공식으로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8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7일물 역환매 채권(RRP) 금리를 3.5%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은행을 상대로 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도 3%와 4.5%로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BI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BI는 기준금리를 6.0%로 올린 뒤 이를 유지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으면서 3.5%까지 낮췄다.
이처럼 금리를 높여 물가 인상을 억제하는 와중에 마이너스 금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는 스위스를 보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여 –0.25가 되었다. 전세계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가 스위스에서는 보인다. 불과 얼마 전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스위스 은행은 고액 예금자에게는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0.75%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덴마크도 고액 예금자에게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다.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흔한 시대를 목격했었다.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채권 금액의 규모도 막대했다. 일본은 정부 발행 채권의 70%가 마이너스 금리다.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말은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한 사람들은 만기 때 원금에서 마이너스 이자만큼을 제외한 금액만을 돌려받게 된다는 뜻이다. 갖고 있으면 당연히 손해를 보는데 이게 팔렸다.
스위스 마이너스 금리 사라질 듯, 일본은 달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BOJ) 총재는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입장과 다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고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BOJ가 인플레이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BOJ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1.9%에서 2.3%로 상향조정했다.
금리를 너무 빨리 인상해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 만연했던 마이너스 금리의 목표는 경기 부양이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괜히 이자만 냈었다. 엉뚱한 손해 보기 싫으면 돈을 쌓아두려 하지 말고 그냥 쓰라는 말이다. 돌이켜 보는데 마이너스 금리로 경기 부양의 효과가 진정 나타났나? 적어도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로 경기가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들은 돈을 쓰는 대신 금고에 넣거나 부동산만 사들였다. 2019년 덴마크의 마이너스 금리는 갈 데까지 갔다.
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론 금리가 마이너스 금리로 출시되었다. 돈을 빌리면 매년 원금이 깎였다. 유럽중앙은행은 11년 만에 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오랜 기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오던 덴마크는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0.5% 포인트 인상했다. 덴마크 역시 스위스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와는 다르다.
시중은행이 민간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 놓은 자금에 적용된다. 현실에서는 민간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받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보관료로 적용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인플레이션으로 사라질 것이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꼭 성장 때문은 아니다. 부채도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모든 통화의 약세와 달리 달러가 강세인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되고 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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