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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폭락...해시드에 쏠린 시선

테라-루나 조력자 지목받는 해시드에 검찰 주목
2018년부터 적극 옹호해온 해시드, 이젠 ‘쉬쉬’
해시드 투자 및 홍보 행위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

 
 
 
김서준 해시드 대표. [해시드 홈페이지 캡처]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한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국내 최대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에 쏠리는 시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해시드가 테라-루나 폭락 5개월 전부터 약 1300억원어치의 루나를 매도한 사실이 지난 달 알려진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1차 압수수색에 나섰던 검찰도 해시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해시드가 투자로 확보한 루나 보유 물량 대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해시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라-루나의 가치 상승을 전망하는 등 피해자 양산에 일조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검찰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사태를 살펴볼지에 대한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테라-루나 지지해온 해시드...현재는  

 
테라-루나 폭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해시드에 화살이 쏠린 것은 지난 12월 말부터 해시드가 약 8차례에 걸쳐 루나 코인(현 루나 클래식) 9562만달러(현 환율 기준 1284억원)어치를 바이낸스 계정으로 이체, 현금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시는 루나 시세가 약 80~100달러를 오갈 때로, 매 송금 시 최소 280만 달러(약 38억원)에서 많게는 2000만 달러(약 268억원)에 가깝게 송금 작업을 진행했다.  
 
해시드 측은 초기 투자 시 획득한 기존 코인을 건드린 것이 아니라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메인넷) 출시 이후 꾸준히 획득한 스테이킹 리워드(Staking Reward, 특정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예치하면 그 대가로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얹어주는 형태)를 매도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아무리 리워드를 매도했다고 해도 단기간 이처럼 대규모로 내다판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해시드가 테라-루나 프로젝트 출범 초기부터 투자를 집행하고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만큼 모럴 헤저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폭락을 예견하고 먼저 정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해시드는 앞서 지난 2018년부터 파트너 개인 명의의 합유자산으로 테라-루나에 투자해왔다. ‘결제에 특화된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던 테라는 시드 라운드에서 해시드와 두나무앤파트너스, 바이낸스랩 등으로부터 3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시드와 테라 측은 2019년에도 끈끈한 관계임을 공개적으로 명시해왔다. 테라 측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테라의 첫 파트너라는 점을 드러냈고, 해시드 역시 꾸준히 테라-루나 관련 보고서를 펼쳐왔다.
 
예컨대 지난 2019년 말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루나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가격 예측 보고서를 통해 티몬과 야놀자, CU, BC카드 등이 테라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특히 “최초의 투자 결정은 ‘대중화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비전에 대한 믿음으로 진행됐지만, 어느덧 객관적으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와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며 테라-루나의 가치 상승을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해당 글이 게재된 뒤부터 개당 0.26달러에 불과했던 루나 토큰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대적 홍보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해시드의 한 애널리스트는 자사 블로그에 “테라 예치 시 기대할 수 있는 연리는 18~20% 정도인데, 이러한 확정 수익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도 종종 제기된다”며 “이 글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올해 1월에도 해당 애널리스트는 “연리 20% 수준의 수익 지급을 위한 기한이 30~35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시장 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리 15%의 수익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천문학적 가치 폭락이 이어진 직후에도 김서준 대표는 테라·루나를 옹호했다. 그는 테라의 스테이블코인(UST) 고정 가격이 무너진 것에 대해 “지금은 그간 없었던 성장통에 직면한 것”이라며 “유동성은 무너졌지만, 가격 연동 메커니즘 자체는 잘 보존됐고,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UST 가격은 1달러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해시드 살피는 검찰…수사 방향은 어디로

 
검찰이 개입되면서 상황은 180도 뒤집어졌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해시드의 테라-루나 사태 연루 가능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테라-루나를 극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옹호한 것과 투자 수익화 여부 등을 두고 수사 칼날을 들이댈지 말지를 따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검찰이 테라-루나의 권도형·신현성 대표를 비롯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일부 벤처캐피털(VC)까지 수사망을 넓혀오자 해시드는 테라-루나 옹호를 멈추고 초기 투자분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초기 투자분 대부분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가치 폭락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고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셈이다.
 
실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최근 한 외신을 통해 “테라-루나 폭락 당시에도 보유하던 초기 투자분 99%를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투자하는 자산은 실험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믿음은 잃지 않았고,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테라-루나가 고공성장하는데 해시드 역할이 컸던 만큼, 검찰의 수사 칼날이 해시드에게로도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존 VC와 달리 해시드는 SNS를 통해 테라-루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며 “피해자 양산에 일조했다고 볼 경우,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자로 거론되는 권도형 대표에 이어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에서는 1차 압수수색 당시 거래소들에 해시드의 평판을 조회하는 등 관심을 둬왔다”며 “해시드의 투자 및 홍보 행위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지 이데일리 기자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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