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투쟁도 각오”…한국GM 노조, 무분규 분위기에 ‘찬물’
지난 25일 2차 사측 제시안 거부 후 교섭 결렬 선언
중노위 통해 합법적인 쟁의권까지 확보한 상태
8년 적자 끊어야 하는 사측 목표에 빨간불 켜지나
국내 완성차 업계에 무분규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GM만 노사 갈등의 끈을 쉽사리 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파업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사측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재무 구조 개선 등을 통해 미래차 확보에 성공해야 하는 한국GM이 노조 리스크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단협 관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곳은 한국GM뿐이다.
임단협 교섭 시즌인 여름철 잦은 파업으로 ‘하투’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최근 국내 완성차 노조는 화합 및 상생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 19 지속, 환율 급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 합의에 성공했다. 뒤이어 르노코리아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당장의 이익보다 2024년 오로라 프로젝트(신차 출시 계획)의 성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선 모습이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이날(31일) 사원총회에서 합의안 찬/반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PBV 등 미래차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기아 역시 전날(30일) 노사 합의안을 끌어내면서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 노조는 다음달 2일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교섭 주기를 다년제로 변경해 올해 노사 간 교섭을 진행하지 않는다.
한국GM은 지난 25일 진행된 제17차 임단협 교섭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 사측이 제시안에는 ▶기본급 4만1000원 ▶성과급 500만원 ▶투명경영 및 신뢰경영 조항 제시 ▶직장 내 성희롱 방지 및 괴롭힘 금지 신설안 제시 ▶건강진단 종합검진 2년 주기 제시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 10% 할인 프로그램 시행 등이 포함됐다.
한국GM 노조 측은 마지막 교섭 이후 “추석 전 타결을 원한다면 진전된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조합원 등에 공유된 선전물을 통해서는 “때를 놓치면 남는 것은 아쉬움과 노사 간 돌이키기 힘든 타격이 될 것”이라며 “임금 및 미래 제시안 없으면 끝장 투쟁도 각오한다”고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8년 적자 끊어야 미래 보인다
한국GM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파업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 이미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도 확보한 상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한국GM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이 올해 파업에 나설 경우 사측의 경영정상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의 올해 목표는 손익분기점 도달이다. 재무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미래차 배정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한국GM 노조 등은 인천 부평공장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재무 개선은 한국GM이 줄곧 강조해온 부분 중 하나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사업장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를 위해 “재무적 관점에서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GM이 올해 손익분기점 도달을 기대하는 이유는 2018년 배정 받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전체 실적의 80% 정도인 한국GM의 핵심 모델이다. 해당 모델은 올해 들어 7월까지 7만6360대가 수출됐다. 이는 현대차 코나와 아반떼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GM은 유럽, 호주 등은 물론이고 군산공장을 통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 사업장에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 보여줬다”며 “업계 분위기상 파업 가능성은 작다고 보인다. 결국 합의안을 찾겠지만 시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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