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카뱅 울었는데…우리사주 잔혹사 빗겨간 종목은?
현대중공업, 오는 17일 우리사주 보호예수 해제
공모가 대비 수익률 139%, 1인당 2300만원 잭팟
업황 개선·재무구조 뒷받침…3분기 흑자전환 전망
상장 1년을 맞이한 현대중공업이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 호황에 수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현대중공업 주가는 공모가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에 참여한 직원들도 1인당 수천만 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14만3500원에 마감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9만7600원에 출발해 올해 들어서만 47% 올랐다. 조선업종의 강세 속 선가 상승, 수주 증가 등 호재가 겹치면서다. 기간을 넓혀서 보면 현대중공업의 상장 후 공모가(6만원) 대비 수익률은 139.17%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주가 강세는 비슷한 시기 상장한 기업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최근 1년간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현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기업은 현대중공업과 일진하이솔루스 두 곳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 대비 수익률이 30% 떨어졌고, 크래프톤(-50.50%), 한컴라이프케어(-62.04%)는 반토막이 났다.
주가 상승에 현대중공업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한 직원들도 최소 2000만원 이상의 ‘잭팟’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상장 당시 우리사주조합에 전체 공모 물량의 20%에 해당하는 360만주를 배정했다. 최종 349만1997주 청약에 총 1만2608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직원 1인당 약 277주를 배정받았다고 가정하면 1인당 차익은 약 2312만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우리사주 보호예수 해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상장 1년을 맞는 9월 17일 우리사주 물량에 걸린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직원들은 차익 시현이 가능해진다. 비슷한 시기 상장했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의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한 직원들이 반대매매 공포에 떨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카카오뱅크 공모가 대비 30% 떨어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우리사주조합에 1274만4642주를 공모가 3만9000원에 배정했다. 대부분의 임직원이 우리사주 청약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1인당 1만4481주로, 1인당 평가액은 5억6475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주가가 30% 넘게 떨어지면서 1인당 평가액은 현재 3953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비슷한 시기 상장한 크래프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크래프톤 임직원은 1인당 약 278주를 공모가 49만8000원에 매수했다. 상장일 당시 1억3844만원이던 1인당 평가액은 현재 6852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우리사주 손실을 막으려 노력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중공업의 하반기 주가 전망도 괜찮다. 조선업 호황이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3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2분기 이전 인도한 선박들은 선가 상승 이전에 수주한 물량들로, 3분기부터는 선가 인상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적자 폭도 줄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1083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1년 전(4227억원) 보다 적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도 주가 목표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중공업 목표주가를 기존 12만7000원에서 1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메리츠증권(15만→16만원)도 올렸다.
이동헌 신한금융투자 부부장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은 매출로 인식될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후판 가도 하락하고 있는 데다 이미 수주된 물량만으로도 최소 3년의 성장이 보장된 상태”라며 “선가가 상향 유지되고 후판 가의 안정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PBR(주가순자산비율) 3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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