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스타필드 ‘광주판’…깃발 꽂기 경쟁 속 ‘복잡한 속내’
['光州'가 들썩인다②] 어디를 바꾸고, 무엇을 노리나
‘광주’에 목마른 유통사, 앞다퉈 청사진 제시
‘쇼핑몰 부재’로 타지역 소비 이탈현상 심화
‘광주’ 잡고 전남·전북 아우르는 상권 공략
산업 발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광주’ 땅에 과연 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까.
‘빅3’ 유통사들이 호남권 최대도시인 광주광역시에 복합쇼핑몰을 열기 위해 물밑경쟁에 한창이다. 전북과 전남을 포함해 쇼핑 인구가 700만명에 달하는 대형 광주 상권에 자사 브랜드를 내건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가 앞다퉈 점찍어 둔 부지를 놓고 ‘광주판 복합쇼핑몰’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까진 기획단계인 수준이라 일부는 정해진 건 없는 청사진에 가깝다. 앞으로 부지매입 후 착공, 인허가 과정 등 대규모개발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각 사마다 처한 상황도, 얽힌 이해관계도 모두 다르다.
야너두? ‘호남 노른자’에 깃발 꽂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 롯데, 현대’ 내로라하는 대형 유통사들이 광주에 복합쇼핑몰 사업성을 타진하고 있다. ‘호남 홀대론’을 외쳤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사업인 광주 복합쇼핑몰 개발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면서다.
출사표를 먼저 던진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는 광주의 터줏대감인 신세계와 롯데를 뒤로하고, 광주광역시에 ‘더현대 서울’을 능가하는 광주판 미래형 문화복합몰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가 낙점한 부지는 전남‧일신방직 공장 부지다. 이곳은 광주의 핵심 상권에서 살짝 빗겨난 구도심에 있지만 도심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부지가 무려 약 31만㎡(약 9만평)에 달한다. 강남 신세계백화점이 리뉴얼하기 전까지 ‘서울 최대규모’ 타이틀을 달았던 더현대 서울(9만㎡)보다도 3배가 크다.
이곳에서 현대가 구상하고 있는 것은 쇼핑, 문화와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의 개발이다. ‘더현대 광주(가칭)’ 외에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과 특급호텔, 프리미엄 영화관을 추가 유치하고 기아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연계해 ‘야구인의 거리’도 만들 계획이다. 기존 터가 방직 공장 부지였던 만큼 방직 산업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공원’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가 ‘광주’에 이토록 목이 마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현대’ 간판이 없는 광주 진출이 숙원 사업처럼 남아 있었다. 1998년 송원백화점을 위탁 경영하면서 광주에 진출했으나 2013년 패션그룹 이랜드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손을 뗐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이 연 매출 7600억원을 내며 상징 점포가 되고, 롯데가 백화점과 아울렛(2곳), 마트(2곳) 등을 운영하면서 광주에 뿌리를 내린 것과 다른 행보다.
업계에선 유독 현대에만 쉽게 열리지 않았던 광주 문이 이번엔 큰 무리 없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지 대부분의 토지를 방직회사가 소유 중이고 내부에 위치한 요양병원 토지도 최근 소유권 이전을 원활하게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넓은 부지에 호텔과 상업지를 혼재한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선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세계도 적극적이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를 통해 업계 최초로 현지 법인을 세우고 지난 28년간 광주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번에 신세계가 내건 무기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의 동시개발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광주신세계를 업그레이드해 광주신세계 Art & Culture Park(아트 앤 컬처 파크)’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 영업 중인 광주 신세계와 이마트 부지 외에도 인근 부지 등을 더해 만들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일찌감치 광주신세계 리뉴얼을 계획하고 2012년 인근에 있는 8619㎡(2612평) 규모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부지를 260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임차해 있는 금호터미널 소유 광주신세계 건물은 2033년 계약이 만료된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새로 짓는 건물은 신세계 명동 본점처럼 본관과 신관 개념으로 지어져 기존 건물과 연결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영업면적은 총 약 4만평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준하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프라퍼티는 어등산 관광단지 부지(광산구 운수동 산 231-3)를 낙점했다. 현대가 낙점한 방직 공장 부지와 핵심 상권에 위치한 광주신세계와 비교하면 외곽부지지만 교통 혼잡이나 주차난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대형 부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프라퍼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청사진을 내놓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광주시 소유의 이 부지는 서진건설과 사업비를 놓고 법적 분쟁을 치르고 있다. 이 분쟁이 끝나야 본격적인 부지 확보가 가능한 데다 광주시가 해당 부지를 신세계에 넘길지 제 3자에 넘길지에 대한 것도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서진건설과 법적 분쟁 종결 후 부지 선정과 관련된 문제는 광주시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어등산 부지가 어렵다면 대표님이 직접 밝힌 데로 제2, 제3의 후보지도 정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사업에 대한 ‘의욕’은 있지만, 현대와 신세계 행보와는 결이 다르다. 우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업성을 따져보는 중이다. 대규모 형태의 청사진을 제시하지도 않았지만, 과거부터 다각도로 부지를 검토해왔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무엇보다 롯데는 광주에 백화점과 아울렛, 마트를 보유 중이고 조금 떨어진 전주에도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존 매장들과의 이해관계, 시너지 등도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롯데 관계자는 “큰 복합몰을 짓는데 인허가 문제부터 여러 단계를 거치면 7~8년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대규모 상업 시설을 상권에 맞게 운용해야 하는 만큼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심도 있게 고민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왜 광주인가…권역 이탈민 잡기, 호남 상권 ‘큰그림’
각사마다 입장이 다르지만, 이들이 모두 ‘광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의 중심인 광주에 랜드마크 복합몰이 들어서면 군산, 전주 등의 전북지역과 나주, 전남지역을 아우르는 상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역 이탈민’ 수요를 잡기 위한 구상도 있다. 상대적으로 광주는 유통,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면서 지역민들이 인근 도시로 원정 쇼핑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광주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신세계 고객이 타 지점에서 발생시킨 매출은 약 1000억원 규모다. 이 중 명품 매출 규모는 약 8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그 이유를 부족한 쇼핑시설로 보고 있다. 통계청(20년 기준)에 따르면 50대 미만 인구 비율은 59.7%로 전국 평균(58.9%)보다 젊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광주에는 광주신세계를 포함한 백화점 3개, 아울렛 2개 외 대형마트 10여개가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에 알부자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근처 대전이나 서울까지 와서 쇼핑을 즐기는 인구 중에도 광주 큰 손들이 많다”면서 “빅3 업체가 단순히 광주만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전라 호남권 전체를 보는 전략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쇼핑몰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에 브랜드를 걸고 대규모 개발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규모나 지리적 이점 면에서 이만한 사업지가 없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모두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광주는 전형적인 소비도시라 불릴 만큼 부가가치 산업시설 기반이 약해 단순 ‘대규모 몰 입점’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관광적인 측면뿐 아니라 도로와 교통시설, 특정 산업 등의 발달이 함께 이뤄지면서 경제 활력이 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권분석 전문가인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부동산융합대학원)는 “광주에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소비 인력들까지 대거 쇼핑몰로 몰려들겠지만 반대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기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게 줄어들고 결국은 서울과 똑같아 질 것”이라면서 “규모의 경제로 가는 서울의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상권의 동시개발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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