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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교류] 中 닝샤에 정착한 중·한 부부, 국경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

[한중교류] 中 닝샤에 정착한 중·한 부부, 국경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

(중국 인촨=신화통신) 올해는 한국 대구광역시에서 중국 닝샤(寧夏)회족자치구 인촨(銀川)시로 시집온 김지연(34)씨의 네 번째 중추절(中秋節) 연휴였다. 예년과 달리 지금은 그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시부모님과 남편이 있고 두 살 배기 아들과 6개월 된 딸이 생겼다.

중추절은 '단원절'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은 보통 친척 및 친구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달을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월병도 먹는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4년 가까이 한국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가족들의 보살핌과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는 김씨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고 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매일 영상 통화를 해요. 지금 저는 엄마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어요. 시부모님도 가까이 살면서 아이들을 챙겨주고 있어 매우 행복합니다. 비록 돌아갈 수 없지만 외롭지 않아요."

김지연씨가 자신의 딸과 함께 놀아주고 있는 모습. (사진/신화통신)

김씨는 중국인 남편 리훙창(李鴻强)과의 만남이 중추절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9월 온라인상으로만 교류를 이어갔던 두 사람은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직접 만나 미래를 약속했다. 이듬해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의 축복 속에 인촨과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닝샤에 정착했다.

김씨는 대학교 학부 시절 한국 영진전문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고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시에서 2년 동안 교환학생을 했다. 리훙창은 성형외과 의사로서 한국을 오간 경험이 있기에 언어적인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제 아내는 중국어 발음이 좋아요. 심지어 가끔 외국인임을 까먹기도 하죠. 아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결국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는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훙창은 두 나라의 기후·음식·관념·풍습 등 다양한 문화적 차이가 국제 결혼 생활에 적지 않은 에피소드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지연씨의 중국인 남편 리훙창(李鴻强)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한국인은 중국인과 달리 집에서 실내화를 신지 않고, 냉수를 마시고, 기름진 볶음 요리를 적게 먹는다. 닝샤에 멀리 시집온 수년간 김씨는 '로마의 법'을 따르기로 했다. "닝샤에서 3년간 살면서 먹은 양고기가 한국에서 30년 동안 살면서 먹은 것보다 많아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올해는 중·한 수교 30주년이자 중·한 문화교류의 해다. 국가 간 교류는 민간 교류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국제 결혼은 양국 민간 우호 왕래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김씨는 중국에서 토마토 계란볶음 등 간단한 중국요리를 배우고 중국인 절친들도 사귀게 됐다며 "가장 큰 보람은 남편 가족과 아기 둘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중·한 양국 간 인적 교류는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지난해 두 나라 간 인적 왕래는 45만1천900명(연인원)으로 양측은 총 194쌍의 우호도시 관계를 맺었다.

신용진씨가 자신의 카페에서 주방 도구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닝샤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한국인 사위' 신용진씨는 충청남도 금산군 출신이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신씨는 인촨에 정착하면서 가장 큰 보람으로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을 꼽는다. '아름다운 서북 여장부'라는 말은 그가 닝샤 출신의 아내 웨이뉴(魏妞)를 부르는 애칭이다.

올해로 45세인 신씨는 바텐더 출신이다. 바에서 아내를 만난 그는 만리장성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공항에서 청혼하며 청춘 드라마 같은 연애를 했다. 지난 2013년 큰딸 리사가 태어나면서 부부는 그 이름으로 다국적 사랑을 기념하는 카페를 열기로 했다.

"한국은 커피 문화가 매우 발달했습니다. 이를 중국 서북지역의 음식 문화와 접목시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 신씨는 아내와의 만남처럼 분명 환상적인 콜라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용진씨의 아내 웨이뉴(오른쪽 넷째, 마이크 들고 있는 사람)가 카페 개업 9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올해 그의 첫째 딸은 열 살, 둘째 딸은 여덟 살이 됐다. 딸과 함께 자란 시간 동안 부부는 식단을 다양화함과 동시에 어린이 식단과 한국식 떡, 샐러드 등을 추가해 훈훈한 가정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웨이뉴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메뉴판 첫 페이지에 쓰면서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모두 행복한 사랑을 만나고 원만한 가정을 갖기를 바란다며 "카페를 사랑이 있는 곳으로 바꾸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 10년간 이미 인촨에 네 개의 가게를 열었고, 1만여 명의 단골 고객을 만들었다. 그중 적지 않은 수가 임산부 또는 아기 엄마다. 한 손님은 "음식도 좋고 분위기도 따뜻해 아내가 임신했을 때 이곳을 즐겨 찾았다"며 "지금은 아기가 태어나서 우리 가족 세 명이 자주 같이 온다"고 말했다.

현재 신씨의 카페는 지역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다. 중국인이 한국을 이해하는 창구 역할을 함과 동시에 닝샤를 방문한 한국인의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카페는 한·중 우정의 산물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점점 더 좋아지길 바랍니다." 신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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