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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생명과학, 6번째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시세조종 우려 확산

유럽암학회서 ‘리보세라닙’ 임상3상 결과 발표
통계적 유의성 확인에도 공매도 80만주 쏟아져
주주연대 “과도한 공매도에 기업가치 저평가”
거래소 “투자자 간 시각차이…시세조종 아냐”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암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 병용 임상 결과에 대해 슈쿠이 친 박사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HLB]
HLB생명과학이 호재가 터질 때마다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간 공매도 잔고를 많이 쌓아놓은 기관·외국인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시세조종성 거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HLB그룹 주주연대는 불법 공매도 증거수집을 위한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반(反) 공매도 운동’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HLB생명과학은 지난 8일 전 거래일 대비 17.34% 급등한 1만5900원에 마감했다. HLB생명과학의 상승률이 10%를 넘은 건 지난 5월 18일(11.22%)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날 HLB(+11.40%)를 비롯해 HLB제약(+28.34%), HLB글로벌(29.96%), HLB사이언스(+6.22%), HLB테라퓨틱스(+12.29%) 등 모든 HLB 그룹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HLB 그룹주가 일제히 급등한 이유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럽암학회(ESMO)에서 발표된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 때문이다. HLB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은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요법에서 모든 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 특히 리보세라닙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세계 최초로 20개월을 넘겼다.  
 
HLB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이 간암 임상에서 최종 성공한 만큼 FDA와 NDA(신약승인 신청)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진양곤 HLB 회장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8월 Pre-NDA(NDA 전 사전협의) 미팅 신청이 완료돼 10월 중 미팅이 진행된다”며 “미국, 유럽 등 지역별 판매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판매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HLB와 HLB생명과학의 주가 상승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통상 제약·바이오주는 임상 호재가 알려졌을 때 주가가 20% 이상 치솟지만, HLB와 HLB생명과학은 10%대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개인투자자들은 HLB·HLB생명과학의 주가가 상한가에 이르지 못한 배경을 ‘공매도’에서 찾는 모습이다. 실제로 HLB생명과학은 이날 80만주에 달하는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13일 공매도과열종목에 지정됐다. 올해 80만주 이상의 공매도가 거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LB생명과학이 공매도과열종목에 지정된 건 올해 벌써 6번째다. HLB생명과학은 지난 5월 13일과 17일, 24일, 26일, 6월 10일 등 단기간에 5차례나 공매도과열종목에 지정된 바 있다. 당시에도 HLB가 리보세라닙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뒤 공매도 거래가 급격히 늘었다.  
HLB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는 악재를 가격에 빠르게 반영시켜 주가거품 형성을 방지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명백한 호재에 급증하는 공매도는 시세조종성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이다. 통상 공매도 거래는 실적 전망 악화 등으로 주가 부진이 예상되거나 기업가치 대비 과도하게 주가가 올랐을 때 늘어나기 때문이다.
 
HLB생명과학의 공매도 잔고수량(6일 기준)은 371만6433주로, 코스닥 4위다. 1위는 상장폐지 심사 결과발표를 앞둔 신라젠(651만7123주)이고, 2위는 HLB생명과학의 모기업인 HLB(503만210주)다. 아직 상환하지 않은 주식 수가 많기 때문에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경우 공매도 투자자들은 상당한 투자손실을 입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현물을 대거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호가를 낼 수 없는 ‘업틱룰’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물 매도로 주가를 눌러 공매도 수익을 얻고 저점에서 다시 현물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 7월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외에 공매도와 연계된 시세조종도 적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HLB생명과학 주주연대 A씨는 “리보세라닙과 기전이 동일한 ‘아바스틴’을 개발한 제넨텍은 기업가치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HLB의 시가총액은 아직도 5조원대”라며 “경구용인 리보세라닙은 정맥주사제인 아바스틴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데 효능도 앞선다”고 강조했다. 공매도에 발목잡힌 HLB그룹의 기업가치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측은 공매도와 시세조종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호재에 대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시각차이일 뿐, 시세조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관이 평가한 기업가치와 개인투자자들이 판단한 기업가치 간 괴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호재가 있는 상장사가 공매도과열종목에 지정되는 건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HLB그룹 주주연대는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불법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 중인 주주연대는 금융감독원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는 등 기업가치 정상화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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