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에 밀렸던 ‘K패션’…MZ 손 닿으니 “명품 대접 받는다”
신세계·현대·롯데百 등 국내 ‘라이징 브랜드’ 유치 총력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2030세대 고객 유입 목적
국내 브랜드 인기 지속 위해선 브랜드력 강화 필요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 모시기에 사활을 걸던 백화점업계가 이제 ‘K패션 브랜드 모시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이징 브랜드’를 하나둘 들여와 잠재 소비층 잡기에 나선 것이다.
2030 매출 비중 50%…온라인 인기 브랜드 입점 효과 ‘톡톡’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강남점 5층 영패션 전문관을 재단장해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는 국내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렉토, 샵아모멘토, 던스트, 인사일런스 등 온·오프라인에서 빠르게 반응을 얻고 있는 14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꾸며 ‘뉴컨템포러리’ 장르를 선보였다. 특히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으로 유명한 온라인 편집몰 W컨셉을 백화점으로 들여와 오픈 한 달 만에 백화점 영캐주얼 매출 상위권에 진입, 매출도 목표보다 30% 초과 달성을 기록하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세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본점과 강남점을 비롯한 대부분 지점에 유치시키기도 해 명품과 영패션 수요를 모두 잡은 곳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2535 고객들에게 실력 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기존에 온라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브랜드들이 많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니즈가 있어 백화점으로 유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K패션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新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지난해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개점한 이후 국내 150여개 패션 브랜드를 선보여 국내 패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오픈 당시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 시장에서 빠른 반응을 얻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 13개를 업계 최초로 입점시킨 데 이어 지난달까지 140여개의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실제로 MZ세대가 선호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며 더현대 서울을 이용하는 고객층이 크게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측이 더현대 서울 오픈 후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4.2%로,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중(25.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구매고객 수에서도 30대 이하 고객 비중이 65%를 차지하는 등 30대 이하 고객이 더현대 서울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2030세대 고객들에게 잠재 소비력이 있다고 보고 백화점의 장기적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단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명품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브랜드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국내 패션 브랜드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일부 브랜드들이 도태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명품시장도 팬데믹 때보단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젊은 세대들의 패션 취향이 점점 더 다양해지면서 K패션도 함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8월 동탄점에 패션 플랫폼 ‘하고엘앤에프’와 협력해 K패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파트너사의 재고 부담을 덜고,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들을 직접 입어볼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동탄점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달 부산본점에서 ‘마뗑킴’, ‘L.e.e.y’, ‘보카바카’, ‘분더캄머’와 같은 16개 국내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는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영패션관 재단장에 이어 최근 본점에는 뷰티관을 새롭게 열며 탬버린즈, V&A와 같은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라이징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감성’ 있는 디자인들이 인기 필수요소가 됐다”며 “온라인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들이 백화점까지 합류하게 된 원동력은 모두 감성적인 부분이 특화돼 젊은 세대에게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서도 K패션 브랜드를 팝업 형태로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패션 편집숍 ‘더일마’,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본봄’ ‘도큐먼트’ 등의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K패션 브랜드 지속성 위해선 ‘브랜드력’ 강화 필요
국내 브랜드들이 하나둘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도 무대를 넓히고 있지만 단순 트렌드성으로 활용되지 않고 지속성장성을 높이기 위해선 브랜드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 개의 정규 매장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서 장단점이 모두 존재하는데, 매장으로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선 그만큼 옷이 있어야 한다”며 “시즌별로 계속 옷이 나올 수 있을 만큼 브랜드력이 탄탄해야 하고, 규모가 작은 브랜드는 아이템 수가 많지 않아 팝업 형태로 운영되거나 편집샵에 들어가는 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업계의 국내 신진 브랜드 육성은 잠재 소비층으로 거듭난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색다른 MD 구성을 위해 신규 국내 패션 브랜드 발굴에 집중하고 미래 고객인 2030세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K패션 재도약의 화수분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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