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이제 ‘30분 컷’” 주춤한 오픈런?…‘샤넬 콧대’는 여전 [르포]
샤넬 매장 30분 만에 입장 가능…오픈런 줄 여전
에르메스 2팀 대기, 디올·루이비통은 바로 입장
해외여행 재개로 소비 분산…명품 인기는 계속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부티크로 방문해 주세요.”
지난 9월 26일 오전 11시 20분,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샤넬 매장에 대기 등록을 한 지 30분 만에 샤넬로부터 입장 안내 연락을 받았다. 에비뉴엘 오픈 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줄을 서 매장 입장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몇 달 전 오전 7시 30분부터 줄을 서 100번대 대기 번호를 받아 당일 입장이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수월하게 오픈런에 성공했다.
샤넬 외에 다른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에르메스 매장 앞에도 샤넬처럼 줄이 늘어섰지만 대기 등록을 하는 태블릿PC 화면에는 대기 팀 수가 10팀 남짓이었다. 디올과 루이비통 매장 앞은 더 한산했다. 대기하는 고객이 한 명도 없어 두 브랜드 매장에는 바로 입장이 가능할 정도였다.
올해 벌써 2차례 가격 인상, 해외여행 재개로 리셀가 ‘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만들어낸 명품 오픈런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엔데믹 전환으로 하늘길도 속속 뚫리며 여행 등으로 소비 심리가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연이은 가격 인상과 희소성이 예전보다 떨어져 샤넬백을 찾지 않게 된 소비자들이 늘며 리셀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샤넬의 베스트셀러 모델 중 하나인 클래식백 미디움(램스킨) 리셀가는 지난해 12월 1370만원에서 현재 1120만원까지 내려가 정가 1180만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크림에 따르면 가장 최근 거래였던 지난 5월에는 900만원에 판매됐다.
샤넬은 지난해 네 차례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도 벌써 두 번이나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조만간 주요 제품 가격이 약 10% 정도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해외여행 재개로 소비 심리가 분산된 것도 샤넬 등 명품 인기를 떨어트린 요인 중 하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자 수는 올해 1분기 40만5659명에서 2분기 94만3989명으로 13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출국자 수는 134만9648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출국자 수인 45만 4519명과 비교해 197% 증가했다.
입국 절차 간소화에 따라 면세점 이용객도 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이용객은 97만명으로 전달과 비교해 2만명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이용객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기 불황에도 명품시장은 계속 성장”…오픈런은 계속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명품 인기가 정점을 찍었던 시기는 지났지만, 오픈런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샤넬 매장을 찾는 이모씨는 “몇 달 전에는 대기 번호가 200번대까지 가 당일에 입장을 못 했던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픈런을 하면 무조건 들어갈 수는 있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평일에만 수월하고 주말엔 대기 시간이 아직 상당해 여전히 긴장하면서 오픈런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6일 당일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외국인, 한국인 할 것 없이 일제히 샤넬 매장으로 뛰어들어가 대기 팀 수는 5분 만에 46팀이 됐다.
에르메스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다가 샤넬 매장으로 줄을 바꿔 서는 소비자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사실 에르메스 매장을 구경하려고 오픈런을 오늘 처음 시도해봤는데 막상 와보니 에르메스는 대기 팀이 두 팀밖에 없어 이따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서둘러 샤넬 대기 줄에 섰다.
매장 앞에서 자신의 순서가 먼저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중국인들도 있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대신 사주는 보따리상 ‘따이공’으로 보였다. 현장 대기자들보다 빨리 매장에 들어가 베스트셀러 모델인 ‘클래식 플랩백’이나 ‘보이샤넬’ 등을 선점해야 해서 입장 순서에 더 민감한 듯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거품이 꺼져도 샤넬을 포함한 명품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명품의 성장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며 “코로나 19 상황으로 급성장한 시장은 맞지만 이와 별개로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절대적인 소비자 수가 점점 늘고 있어 다른 공산품 시장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길이 열리며 명품 수요가 대체될 수는 있지만, 그 열망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라며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명품시장이 영향을 받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국가부도만큼 엄청난 경제 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 명품시장의 두 자릿수 성장률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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