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라이선스’ 두고 생·손보사 동상이몽…결국 ‘밥그릇’ 싸움
생보사, ‘손보 자회사’ 방안 원하지만…당국 “어렵다”
수입보험료 추월 당한 생보사, 먹거리 찾기 안간힘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업 관련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생명보험업계는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금융당국이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를 자회사로 두는 이종 자회사 규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자칫 보험 생태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사 1라이선스 완화…보험업 신사업 확대↑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 측 인사는 1사 1라이선스 관련 규제 완화 방안을 곧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사 1라이선스는 1개의 금융그룹이 생보사와 손보사를 각각 1곳만 운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1사 1라이선스 제도가 완화되면 이미 보험사가 있는 금융그룹이 미니보험사(소액 단기 보험사) 등 다른 성격의 보험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회사가 취급하는 상품과 관계없이 보험사가 모든 종목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한화손해보험은 현재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팔고 있어 자동차보험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1사 1라이선스 규제가 완화되면 한화손보도 자동차보험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창의적이고 생활밀착형인 보험서비스의 출현을 위해 소액단기보험 인가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보험사의 신사업과 관련 있는 겸영‧부수업무를 폭넓게 인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날 생보사가 손보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에 대해 금융당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현재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방안에도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문영역이 아닌 종목의 상품을 취급하다보면 분명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영역이 아닌 보험을 취급했다가 과도한 보험금 지급으로 보험사들이 도산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생보사들이 손보사를 자회사로 두려는 이유는 영업 실적 확대와 관련이 있다. 현재 보험업법상 생보사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생보 상품을, 손보사는 물건 및 그 밖의 재산적 손실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 손보 상품만 팔 수 있다.
다만 실손의료보험, 암보험 등 제3보험 영역은 생손보사 모두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생보 상품이었던 장기 보장성보험도 손보사들이 취급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2003년 이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손보사들은 최근 5년간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를 집중적으로 늘리면서 생보사 파이를 뺏어오고 있고 수입보험료도 최근 역전됐다.
2016년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119조원이었고 지난해에는 120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는 75조원에서 104조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에는 결국 생보사(25조0985억원) 수입보험료를 손보사(25조7717조원)가 추월했다.
신계약수에서도 생보사는 손보사에 뒤지고 있다. 지난해 생보사 신계약건수는 1396만건이지만 손보사는 5818만건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대세 판매채널이 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상품도 생보보다는 손보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중대형 GA의 신계약 건수는 총 1485만건으로 이중 손보 상품 비중이 1329만건에 달했다.
GA업계 관계자는 “손보 상품은 생보 상품에 비해 비교적 상품구조가 간단하고 표준화된 상품이 많은 편”이라며 “또 손보사들도 장기 보장성보험을 취급하고 있다보니 설계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손보사 상품 위주로 영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생손보 영역, 이미 無의미해” 주장도
이미 보험업계에서 생·손보 영역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이미 생·손보사가 같은 시장을 영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되며 다른 상품들도 이런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이미 생·손보 영역 파괴는 시작됐고 장기적으로는 이런 규제들이 모두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생·손보 시장이 나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과열될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은 특정 상품이나 영역에서 경쟁이 불붙으면 굉장히 과열되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 이런 경쟁이 과열됐을 때의 파급 효과 등 분석된 자료가 없는 상태라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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