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크' 삼성전자, 불황에도 투자는 계속…'초격차' 승부수
3분기 잠정 영업익 10조8000억원
전년比 31.7% 감소
1.4나노, 1000단 V낸드 계획 발표
반도체 업계 한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가 15조8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줄어든 셈이다.
3분기 잠정 매출액은 7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3% 늘었지만, 올해 2분기 매출액(77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계는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었다. 메모리 수요 감소, 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자 회사들의 3분기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IT(정보기술) 세트 판매 부진과 세트 업체들의 재고 축소 노력으로 3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급락이 가시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또 “3분기를 기점으로 당분간 회사의 분기 실적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업체들의 올해 디램(DRAM), 낸드(NAND) 출하 증가율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실적 부진이 3분기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 자료를 보면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4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날 기준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8 MLC)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4.30달러로, 전달(4.42달러) 보다 2.55% 하락했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D램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4.10달러를 기록한 이후 같은 해 10월 3.71달러(-9.51%), 올해 1월 3.41달러(-8.09%)까지 하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PC용 D램의 고정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불황에도 투자는 계속, '초격차' 승부수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2.70%, SK하이닉스가 28.60%, 마이크론이 22.80% 기록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감산에 들어가고 삼성전자는 지금과 같은 생산을 이어간다면 수요가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높이 쌓기 경쟁을 하는 낸드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000단의 V낸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176단인 7세대 V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200단 이상의 V낸드 기술을 공개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단 높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사장은 “낸드는 몇 단을 쌓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경제적이고 좋은 솔루션을 시장에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2027년까지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양산을 선언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도 1.4나노 생산 계획을 언급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히지는 않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 모두 위기를 맞아 투자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반대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초격차’ 전략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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