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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기술도 없었는데...국내 1위로 도약한 현대엘리베이터

[“100년 기업 꿈꾼다” 불혹 맞은 기업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 개발 성공
국내 1위·현대그룹 핵심 회사로 성장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캠퍼스. [사진 현대엘리베이터]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현대엘리베이터의 창립일은 1984년 5월 23일이다. 1982년 신설된 현대중전기 운반기계 사업부가 모체다. 현대그룹이 엘리베이터 사업 진출을 처음으로 모색했던 시기는 1978년이다.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코바 및 제다 지역의 대규모 주택 단지 공사를 수행할 때였다. 주택 단지 규모가 커 대량의 엘리베이터가 필요했다. 문제는 외부 업체로부터 조달하는 상황이라 납기, 단가 등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공사에 필요한 대량의 엘리베이터를 자체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기술을 이전해 줄 업체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82년 현대그룹의 엘리베이터 사업 진출 계획이 재추진됐다.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 지역 건설 공사 수주가 급증한 데다 국내에서도 2000대 넘는 엘리베이터 수주 물량이 생긴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건설과 엘리베이터 사업을 연계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볼 것으로 판단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정 회장의 결정으로 1982년 초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중전기에 운반기계 사업부를 발족했다.

현대그룹은 사업부 발족 후 재차 기술 제휴업체를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Westing House)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방위산업을 비롯한 발전설비·핵발전소·엘리베이터 등에 진출해 당시 연간 매출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던 글로벌 기업이었다.

그렇게 사업부는 울산 현대중전기 공장에서 소규모 생산을 시작했다. 1982년 1월 사업부는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용 엘리베이터 17대를 수주하고, 이듬해 9월 20일 1차 물량 14대 납품에 성공했다. 뒤이어 현대건설이 시공한 충주댐·아파트 등에도 엘리베이터를 공급하며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다만 한계가 있었다.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그룹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합작사를 설립하게 됐다. 그렇게 현대가 60%, 웨스팅하우스가 40% 출자 지분을 갖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탄생하게 됐다.

창립 이후에는 기술 자립과 수출 시장 개척에 주력하며 각종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주차 설비 시스템·물류 자동화 사업 등으로 영역을 지속 확장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동안 중저속 엘리베이터만 개발하던 현대엘리베이터는 2007년 분속 600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개발을 추진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9년 4월 초고속 엘리베이터 테스트를 위한 전용 타워도 세웠다. 최근에는 1분에 1260m를 갈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액 2조6021억원, 영업이익 82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승강기 신규 설치 17년 연속 1위, 국내 승강기 유지 관리 9년 연속 1위 등의 기록(지난해 기준)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범접할 수 없는 국내 1위 승강기 회사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주 계약도 연달아 체결하며 국내 1위 승강기 회사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1~3단지 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314대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434억원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직전 최대 수주 규모는 2021년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수주 대수 249대, 수주액 305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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