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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원에 포르쉐 타는 기분…빠른데 편한 고성능 K-전기차

[시승기]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아 EV6 GT’
제로백 3.5초·최고속도 260km/h·드리프트 가능
고성능 모터·고출력 배터리 극강의 동력 성능

 
 
 
 
 
기아의 고성능 순수 전기차 EV6 GT의 고속 주행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제로백 3.5초, 최고속도 260km/h.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동차 강국 독일이나 미국에서나 만든 스포츠카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강력한 성능의 발휘하는 차는 아무나 뚝딱 만들 수 없다. 단순히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빠르면서도 운전자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안정감도 갖춰야 한다. 이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한다.
 
만일 한국 자동차 회사가 이 같은 고성능차를 만들었다면 어떨까. 최근 국내 토종 브랜드 중 하나인 기아가 이를 현실화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된 EV6 GT가 그 주인공이다. 자동차 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한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도 이런 차를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이다.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르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HMG 익스피리언스 드라이빙센터. 기아 EV6 GT가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이지완 기자]
지난 5일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EV6 GT’를 만났다.
 
기아 EV6 GT는 지난 4일 국내 공식 출시된 고성능 순수 전기차다. 고성능 모터와 고출력 배터리를 조합해 극강의 동력성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사륜구동 단일 트림으로 운영되며  최고출력 270kW·최대토크 390Nm의 후륜 모터와 최고출력 160kW·최대토크 350Nm의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최고출력 430kW(585마력)·최대토크 740Nm(75.5kgf·m)의 힘을 발휘한다.
 
EV6 GT에 적용된 고성능 모터는 rpm(분당 회전수)이 최고 2만1000회에 달한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최대 260km/h의 속도를 낸다. 사실상 사람이 제어할 수 있는 모든 속도 영역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기아가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수치가 주는 압도감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고개를 갸웃했다. 외형은 지난해 출시된 EV6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네온 포인트 칼라 캘리퍼와 전/후륜 대구경 브레이크 및 로우 스틸 패드가 적용된 외관의 ‘GT 브레이크 시스템’과 네온 칼라 포인트가 적용된 GT 드라이브 모드가 달린 실내의 ‘D컷 스티어링 휠’ 정도였다.
 

차는 직접 타봐야 안다

기아 EV6 GT에는 미쉐린의 고성능 타이어가 장착된다. 네온 컬러의 캘리퍼도 GT 모델의 특징 중 하나다. [사진 이지완 기자]
자동차 업계에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차는 타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EV6 GT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날 HMG 드라이빙센터에서 이 차를 타보고 나서야 EV6 GT를 뒤따르는 수많은 수치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20km 남짓의 공도를 달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ECS(쇽업쇼버 전자제어댐퍼)다. 외장 밸브 전류제어를 통해 댐퍼 감쇠력을 변경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다. EV6 GT에는 기본적으로 에코, 노멀, 스포츠로 주행 모드가 구성된다. 각각의 모드에 따라 서스펜션 느낌이 달라진다. 실제 주행 과정에서 모드를 변경해봤다. 에코와 노멀 모드는 방지턱을 넘을 때 물렁한 서스펜션의 느낌을, 스포츠는 단단한 느낌을 줬다.
 
의외의 정숙성에 놀라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도로에서는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아스팔트 도로보다 크다. 그럼에도 EV6 GT는 외부의 소음을 잘 차단했다. 현장에 있던 기아 관계자는 “개발 컨셉 단계에서부터 EV 특성을 고려한 정숙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V6 GT에 장착된 타이어도 정숙성 등의 개선에 영향을 줬다. 미쉐린 PS4S 썸머 타이어는 내부에 흡음재가 적용된 제품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NVH(소음·진동 등 감성품질)’ 개선 효과가 있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HMG 익스피리언스 드라이빙센터에서 기아 EV6 GT를 체험했다. [사진 이지완 기자]
이후 서킷에서 EV6 GT의 성능을 제대로 체험했다. 정지 상태에서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제로백 3.5초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말이다. 거짓이 아니었다. EV6 GT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으로 모터, 브레이크, 스티어링, 댐퍼, e-LSD(전자식 차동 제한장치)를 최적화하는 GT 모드를 활용하니 운전 초보자인 기자에게도 제로백 3.5초는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이외에도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을 달리며 이 차의 주행 안정성과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끝내 성공하지 못했지만 드리프트 모드도 활성화해 봤다. ESC(차체 자세제어 장치) 해제 후 GT 또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진입할 수 있는 모드다. 의도적으로 오버스티어(차체가 조향각보다 더 많이 돌아가는 현상)를 유발해 F1에서나 볼법한 드리프트를 가능하게 한다.
 
기아 EV6 GT에는 버킷 시트가 적용된다. 고속 주행에도 몸을 꽉 잡아주는 시트가 운전자를 편안하게 한다. [사진 이지완 기자]
수많은 프로그램을 하는 와중에도 몸은 편안했다. 여기에는 EV6 GT에 적용된 버킷 시트(등받이가 깊어 몸을 감싸주는 형태의 의자)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물론 시트 위치는 수동으로만 제어 가능하다는 아쉬움도 있다. 대신 2열 공간을 더욱 넓게 쓸 수 있어 오히려 좋을 수 있다.
 
EV6 GT의 국내 판매 가격은 7200만원이다. 여기에 국고 보조금 31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6000만원대로 구매가 가능하다. 포르쉐의 상징적인 스포츠카 911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성능이지만 가격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빠른데 편안하며 가격까지 적절하다. 기아 EV6 GT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러하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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