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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증시부진에 ‘어닝쇼크’…부동산PF도 ‘휘청’ [벼랑 끝 내몰린 증권사들①]

주요 증권사 3분기 순이익 전망치, 전년比 ‘반 토막’
금리인상 여파로 채권 운용환경 악화…NH證 ‘직격탄’
메리츠證 부동산PF도 ‘비상’…“과도한 우려” 평가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증시 부진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탁매매 수수료와 채권 수익이 급감하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까지 얼어붙으면서 벼랑 끝에 몰린 모양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삼성·NH·메리츠·키움) 6곳은 올해 3분기 94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조3억원 대비 52.9%나 쪼그라든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1조3042억원) 추정치 역시 역시 전년 대비 35.80%나 급감했다.  
 
올해 3분기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76.62%나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당기순이익도 각각 45.03%, 44.07%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34.31%)과 키움증권(-38.05%)의 당기순이익도 3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증권사들이 예측한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삼성·NH·키움 5개 증권사의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연결 기준)이 기존 컨센서스(예상치)의 40.1%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영업환경 악화 및 IB 부문의 부진은 상당 부분 예상되었던 것”이라며 “9월 중순 이후 진행된 환율과 금리 상승,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 부진이 컨센서스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유는 증권사의 주 수입원인 위탁매매 수수료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 여파로 증시에 유입됐던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7조6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7%나 줄었다.
 
국내 증시는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강세 여파로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지난 4일 2200선을 어렵게 회복했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인 11일 2192.07에 마감하며 2200선이 다시 무너졌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높게 유지되는 모습이다.  
 

내년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올해보다 17% 줄어

 
증권사의 위탁매매수익은 지난해 1분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연일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내년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올해보다 더 17%나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운용손실 확대도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3.01%까지 내려갔던 3년물 국채 수익률은 11일 기준 4.351%까지 치솟은 상태다. 증권사들이 운용하는 대부분의 채권은 FVPL(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계정으로 분류돼 있어 금리 민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 2분기에 회사별로 약 1000억원 내외의 운용손실이 발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채권 보유액(별도기준)은 24조6340억원이다. NH투자증권(21조2060억원)·삼성증권(21조5990억원)·한국투자증권(24조810억원) 등도 모두 2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체 수익에서 채권 비중이 높은 NH투자증권도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평가손익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는 총 1470억원으로, 전체의 19.5%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까지 둔화되면서 부동산PF에 힘줬던 증권사들도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지난 수년간 계속된 저금리 기조와 경기 부양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었지만, 최근엔 금리 인상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증권사들이 보유한 PF 대출 및 채무보증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모습이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가장 높은 메리츠증권(3조5580억원)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PF 익스포저는 전제 자본의 88%에 달한다. 부동산 PF의 부실 위험이 부각되면서 메리츠증권의 주가는 지난 4월 고점 대비 반 토막난 상태다.  
 
부동산 PF의 수익성이 쪼그라들면서 잘 나가던 IB 부문도 올해 3분기엔 ‘역성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DCM(채권발행시장) 부문은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 발생이 부진하고, ECM(주식발행시장) 부문도 잇단 공모 철회로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의 3분기 공모금액은 총 9348억원으로, 전분기(5009억원) 대비 늘었지만 지난해 분기 평균인 5조원엔 크게 못 미친다.
 
다만 부동산 PF 부문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지방 부동산 미분양이 증가하고 일부 PF에서 부실이 발생한다고 해서 증권사의 익스포저가 전부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가 취급하는 부동산PF는 2010년 대규모 부실사태를 빚은 저축은행 대비 위험수준이 낮은 편”이라며 “증권사가 부동산관련 우발채무를 인수하더라도 증권사의 유동성비율 및 월별 취급잔액을 고려할 경우 관련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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