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의 금융 진출…“독과점·불공정 행위 주시해야”
보험연구원,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와 레버리지 문제’ 발표
해외서 빅테크 ‘레버리지 문제’ 이슈 제기
“빅테크 보험업 진입, 다각도에서 지켜봐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보험업 진출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 저하로 인해 소비자 후생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테크가 금융업권에서 불공정 거래행위가 있는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와 레버리지 문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및 보험업 진출이 있었지만, 플랫폼의 성패 여부나 기존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관련 규제 논의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빅테크는 규모의 경제라 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로 성장했지만, 이로 인해 시장 독점화의 가능성이 있다. 실제 카카오톡, 페이스북은 사용자들 간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했으며 우버와 리프트는 승객과 운전기사 간, 아마존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 시장을 장악했다.
이 연구위원은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Critical mass)에 도달하면,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크기가 커지는 특징이 있다”며 “이미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기업은 이후에 소비자 가격을 높이더라도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보험업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성패 여부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 서비스 제공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다른 금융업권과 다르게 보험업은 이용자 간 상호작용 많지 않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단 그는 “빅테크 기업이 광고 같은 수단을 통해 보험소비자가 선호하는 보험산업 외부의 상품을 플랫폼에 추가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에서는 빅테크가 다른 시장에 진입하면서 ‘레버리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레버리지 문제란 기업들이 어떤 한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을 다른 시장에 행사하여 경쟁우위를 점하고 시장지배력을 얻는 것을 뜻한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중개자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상품을 차별적으로 우대하는 ‘자기사업우대행위(Self-preferencing)’가 공정한 행위인가에 대해서도 학계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들이 다른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당장은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경쟁자들을 막고 장기적으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레버리지 문제와 관련해 최근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17년 6월과 2018년 7월 구글에 두 차례의 벌금을 부과했다. 비슷한 이유로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유럽 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거나 판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빅테크 등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은 다양한 상품 개발 등 혁신과 경쟁을 불러일으켜,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수 있다. 디지털 혁신으로 금융포용성이 증가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점 규제 측면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있었는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보고서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시장에 진입장벽이 생기면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저하되면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이나 보험업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어떻게 얻을 것인지 주시해야 하고, 레버리지 문제와 관련해 불공정행위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 이에 맞춘 규제 혁신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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