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분할‧자산매각 금지’…노조 요구에 고심 깊어진 한화
경영 전반에 걸쳐 요구 사항…노사 진통 불가피할 듯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이하 대우조선 노조)가 전 구성원 고용 승계를 포함한 4대 요구 사항을 한화그룹에 전달했다.
이들 요구 사항에는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뿐만 아니라 회사 분할 금지, 자산 매각 금지 등 회사 경영과 관련된 요구 사항이 대거 포함됐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인위적 구조조정을 막고 회사 발전을 위해 이 같이 요구한다”는 입장인데, 재계 안팎에선 “회사 입장에서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 결정을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현재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은 대화에 나서라”며 4대 요구 사항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엔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집회를 열고 4대 요구 사항을 한화그룹 측에 전달했다. 4대 요구 사항은 ▶고용 보장에 관한 사항 ▶노조 및 단체협약 승계에 관한 사항 ▶회사 발전에 관한 사항 ▶지역 발전에 관한 사항 등 4가지다.
고용 보장에 관한 사항에는 전 구성원 고용 승계와 함께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인적‧물적 분할 금지가 담겼다. 인적 분할은 기존 주주 구성이 신설 분할 법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분할 방식이고, 물적 분할은 모회사가 분할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 노조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요구 사항은 회사 발전에 관한 사항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항에 ▶인수 후 본부별(상선, 해양, 특수선) 회사 분할 금지 ▶인수 후 인수 자금 회수를 위한 자산 매각 금지 ▶인수 후 대우조선 운영과 투자에 대한 계획 등이 담겼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적‧물적 분할뿐만 아니라 회사 분할, 자산 매각 등 사실상 인수 이후 경영 전반에 걸친 주요 의사 결정은 불가하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인위적 구조조정을 막고 향후 회사 발전을 위한 요구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적대적일까 전향적일까
노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통상 노조의 첫 요구 사항에는 수위 높은 요구 사항을 담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의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요구 사항을 수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우조선 노조는 4대 요구 사항 확정 전에 검토됐던 현(現) 경영진 임기 보장 요구에 대한 논란이 일자 검증된 조선업 전문 경영진 선임으로 바꿨다.
물론 향후 협상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이날 금속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동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밀실 매각, 재벌 특혜 매각 의혹이 있다”며 “한화그룹이 근로자들을 때리고 돈을 주는 기상천외한 일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바뀌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 노조 내부에서도 한화그룹의 인수 추진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뒤섞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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