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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인베스트, 하락장 속 풍문에 ‘3연상’…‘조광권’이 뭐길래

개인 매수세에 사흘 만에 2배↑…‘티타늄’ 개발 기대
구체성 부족한 신사업…“기대감 따른 뇌동매매 지양해야”

 
 
경동인베스트 지배구조 [경동인베스트 홈페이지]
국내 증시의 하방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경동인베스트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성했다. 자회사인 경동이 티타늄 개발을 위한 조광권(타인의 광구에서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권리)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티타늄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경동인베스트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9.96% 급등한 4만8800원에 마감하며 상한가를 찍었다. 이날 투자주의종목 지정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쏠리면서 투자경고 종목 지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주의종목을 매수하려면 신용융자를 쓸 수 없고 위탁증거금도 100% 납부해야 한다.  
 
경동인베스트는 지난 20일부터 3거래일째 상한가로 마감하며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9일 2만8900원(종가)에 머물렀던 주가는 사흘 만에 119.3%나 치솟은 상태다.  
 
이날 미국증시의 분위기 반전으로 국내 증시도 소폭 상승했지만,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급등세다. 이날은 외국인의 수급으로 상승했으나 지난 20일과 21일엔 개인이 각각 11억원, 5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전체 거래대금(12억원)과 맞먹는 금액을 사들인 개인투자자 덕분에 연달아 상한가를 찍은 셈이다.
 
경동인베스트의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배경은 ‘조광권 취득’ 소식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동인베스트의 자회사 경동은 ‘티타늄’의 연구개발 관련 조광권을 취득하고 우선협상권을 보유했다.
 
티타늄은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의 핵심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도 군수, 항공, 우주, 자동차, 선박 등 주요 산업에 다양하게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가격이 매우 비싸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태백과 삼척 등 강원 영동지역에서 채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15년 약 8500만t에 달하는 대규모 티타늄 광맥을 강원 지역에서 확인했다.  
 
최근 티타늄 채굴 사전 절차에 돌입한 정부는 내년부터 5년간 탐사, 선광, 제련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30억원 규모의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2018년부터 영업이익 매년 감소 

 
이처럼 티타늄 광산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탄광사업을 보유한 경동인베스트가 주목받는 모습이다. 경동인베스트의 주요 사업은 지주사업, 플랜트 및 물류, 전기발전, 건설, 광업‧자원개발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의 42.9%(575억원)는 ㈜경동에 맡긴 광업‧자원개발 부문에서 발생했다.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약 50만t의 무연탄을 생산하고 있는 경동은 발전용 연료에 주력하며 꾸준한 매출액을 내고 있다. 하지만 석탄산업은 쇠퇴기에 접어들어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연탄은 경제개발 초기인 1960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호황기를 누렸지만 대체 연료에 밀려 생산과 판매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동인베스트의 티타늄 광산 개발은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석탄’의 비중을 줄이고 신산업 소재인 ‘티타늄’을 앞세워 자원개발 부문의 외형 성장을 노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동인베스트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티타늄 광산 개발 사업은 전혀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주력사업의 수익성은 매년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389억원(연결기준)이었던 영업이익은 2019년 236억원, 2020년 207억원으로 줄었다. 이어 지난해 142억원으로 뚝 떨어진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에도 76억원에 그쳤다. 이익이 매년 줄어들면서 2분기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은 모두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회사 측도 티타늄 광물 개발에 선을 긋고 있다. 경동인베스트는 지난 21일 해명공시를 내고 “태백-삼척 부근의 면산 일대에 조광권 취득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며 “티타늄 광물 개발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수립되지 않았고, 경제성 평가도 수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경제성 평가에만 수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티타늄 개발’이 기업가치에 반영되기엔 멀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출액에서 무연탄 판매 비중이 높은 경동인베스트는 주력사업의 특성과 영업흐름을 고려했을 때 내재가치가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신사업이 구체화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얼마나 더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한 만큼 단순 기대감에 따른 뇌동매매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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