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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한 증권형 토큰 시장의 활성화 [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증권형 토큰, 유용성 있으나 활성화 더뎌
STO 규제 까다로워

 
 
 
[게티이미지]
비트코인이 출현한 이후, 유틸리티 코인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금을 모집하는 암호화폐공개(ICO)가 등장하면서 시장은 환호했다.  
 
이더리움이 ICO를 통해 큰 자금을 모았고 그것으로 분산금융의 토대를 닦았다. 분산자율조직(DAO)을 통해 투자, 금융, 봉사 등을 하겠다며 자금을 모집했는데 역시 큰 금액이 쇄도했다. 한국에서도 국보DAO 등이 만들어져 불과 며칠 사이에 20억 원 이상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전통산업에서는 자본을 모집할 때 IPO에 의존했다. IPO의 과정은 힘들고 시간이 걸린다. 허름한 차고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그때서야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자본을 모을 수 있다.  
 
굴뚝산업에서는 IPO로 충분했을 지 모르나 업종에 따라 촌각을 다투는 지금은 ICO가 더 적합한 자본모집 모델일 수 있다. 참고로 많은 ICO가 10분만에 큰 금액을 모집하고 종료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달랑 백서 하나 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거액을 보내는 게 이 동네 풍속이었다. 물론, 그래서 ICO가 사기꾼들의 타겟이 된 게 안타깝다.
 
그렇지만 ICO는 충분히 가치 있는 자본모집의 모델이다. 다만, 코인의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거나 유동성 풀에 예치하여 이자를 받는 것 말고는 효용성이 별로 없는 ICO보다는 배당이 지급되는 증권형 코인을 발행하는 증권형토큰공개(STO)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게다가 ICO를 통해 배분된 일부 코인이 증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아예 ST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게 더 속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증권형 토큰을 발행한다는 STO는 말만 무성하고 막상 시장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미국에서는 블록스택(Blockstack), 프롭스(Props) 등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STO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샌드박스 안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증권형 토큰 거래소, 한국에는 없어

미국에서도 STO의 인기가 그리 썩 높지 않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증권형 토큰의 유동성이 낮고, 다른 하나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격한 규제로 인해 발행부터 거래까지 모든 절차가 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유틸리티 코인에 환호하는 이유는 코인 가격이 널뛰듯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유로 인해 오히려 코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격 변동성이 낮으면 수익이 적고 수익이 낮으면 코인의 인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유틸리티 코인에 비해 증권형 토큰의 유동성은 낮다. 게다가 유동성이 낮으면 사고파는 게 수월하지 않다.  
 
우선 사고 팔 곳이 마땅치 않다. 유틸리티 토큰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많지만 전세계적으로도 증권형 토큰 거래소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나마 한국에는 그것도 없다. 증권형 토큰을 발행한 업체의 사이트에서, 그것도 그 업체의 코인만 거래해야 한다.
 
규제는 필요하나 언제나 새로운 산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규제가 강력하여 기업은 함부로 증권형 토큰을 발행할 수 없으며, 투자자도 마음대로 그 토큰을 살 수 없다. 그러니 상품 수도 적은데, 게다가 거래자도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한다. 예를 들어 3천만원 이내의 증권형 토큰만 보유하도록 한도가 정해지면 시장이 활성화되기 힘들다.
 
증권형 토큰을 사도 거래할 곳도 마땅치 않다. 미국에서도 2018년 증권형 토큰을 자사의 거래소에 상장하겠다고 공언했던 코인베이스, 템플럼, 오픈파이낸스, 티제로(tZero), 셰어스포스트 가운데 소수만 그 약속을 지켰다. 티제로는 두 개의 증권형 토큰을 상장했는데 그나마 그 가운데 하나는 모기업의 OSTKP이다.
 
한국에는 아예 증권형 토큰 거래소가 없다.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상품으로 취급되므로 금융투자사업 면허가 없는 업비트나 빗썸 같은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다.  
 
그래서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는 티제로 같은 플랫폼이 필요하다. 증권형 토큰이 상장되면 증권형 토큰의 거래 중개는 증권사가 맡게 된다. 시장에서는 대체거래시스템(ATS)이 증권형 토큰 거래를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이제서야 ATS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수요는 충분…제도와 인프라 필요

증권형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기초자산은 크게 세 종류가 있다. ▶귀금속, 부동산, 예술품 의 유형자산 ▶지적재산권 등의 무형자산 ▶채권, 주식 등의 규제대상 금융상품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뮤직카우의 저작권 수익, 카사 코리아의 부동산, 뱅카우의 한우 송아지 지분 등이 토큰으로 거래되고 있다.
 
뮤직카우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증권성 판정을 받아 10월까지 사업을 재편하고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의 이행 결과를 바탕으로 증권성을 판단할 것이다.  
 
뮤직카우의 조각투자 상품이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될 경우 이 회사는 자본시장법을 따라야 한다. 물론 뮤직카우가 조건부로 조각투자업체 혁신금융서비스 업체에 지정되었기 때문에 증권으로 판정되더라도 4년 또는 최장 5년 6개월간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수익은 사후 70년까지 보장되므로 가수의 신곡이 발표된 직후에는 큰 배당이,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소액이나마 배당이 보장된다. 뮤직카우의 조각투자 모델은 누적회원 수 100만명을 넘겼다. 이건 놀라운 일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을 다루는 카사나 미술품 조각상품 업체 테사도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모았다.
 
이런 수치를 보면 한국은 STO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STO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나 인프라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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