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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장’된 김장에 “매출 반토막”…배춧값 내려도 ‘김포족’ 늘었다 [르포]

김장철에도 한산한 농산물시장…4인 김장비용 40만원 웃돌아
배춧값 내렸지만 양념채소값은 올라…고춧가루 80% ↑
김포족 늘어…불경기에 얼어붙은 소비심리 “상인들 한숨”

 
 
 
8일 오전 찾은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호계종합시장 앞이 한산한 모습. [김서현 기자]
 
“김장철은 옛말이야, 사람이 오질 않아. 매출이 완전히 반 토막이 났지.”
 
8일 오전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시장 내 농산물도매시장은 입구부터 한산했다. 평일 오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채소 시장에서 김장철은 1년 중 가장 대목으로 불리는 시기인데 오가는 사람도 적었고 물건도 많지 않은 모습이었다. 몇몇 가게에 단골손님만 하나둘 드나들 뿐 시장 분위기는 평년과 다르게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김장철에도 한산…“양념 채솟값 올라 사 먹는 게 더 저렴”

 
11월 배추 도매가격은 10㎏ 상품 기준 7000원으로, 평년(6674원)보다 비싸지만 지난해(9822원)보단 3000원 가까이 저렴하다. [김채영 기자]
 
김장 물가가 상승하는 분위기 속에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고 있으나 김장 속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어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기준 4인 가족 김장 비용은 47만3090원으로 지난해 대비 12.7% 상승했다. 전통시장 기준으로도 36만450원으로 전년보다 더 올랐다.
 
서울에서 한식당을 운영한다는 A씨는 “무, 양파, 대파, 건고추 가격이 계속 올라 지난해보다 김장비용이 30~40만원 이상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쩔 수 없이 김장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올해는 지난해보다 10~20포기 줄여서 담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농산물시장에 남편과 함께 김장재료를 사러 왔다는 60대 주부 B씨는 “사 먹는 게 요즘엔 비용도 덜 들고 더 편한데 손주들한테 직접 만든 김치를 만들어주고 싶어 재료를 보러 나왔다”며 “배추 가격은 지난해랑 비교했을 때 크게 오른 것 같지 않지만, 김장값 자체가 비싸단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올해 배춧값이나 김장 속재료 가격은 얼마나 오른 걸까. 가락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확인해본 결과 배추 한 망(3포기) 가격은 1만2000~1만4000원 정도였다. 한 상인은 “날씨가 아직 안 추워서 가격이 이 정도인데 곧 추워지면 가격이 1만5000~1만70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임배추는 20㎏에 4만원인데 마트에선 10㎏에 3만원인 걸로 알고 있어 20㎏에 6만원인 꼴”이라고 설명했다.
 
김장의 주재료인 무는 이달 출하량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 도매가격은 20㎏ 기준 1만1500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1만1492원)와 비슷하고 평년(9727원)과 비교하면 18.2% 비싸다. [김서현 기자]
 
김장의 주재료인 무는 이달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 도매가격은 20㎏ 기준 1만1500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1만1492원)와 비슷하고 평년(9727원)과 비교하면 18.2% 비싸다.  
 
마늘, 양파, 대파 등 김장철 양념 채소 가격은 지난달보다는 떨어지는 추세지만 지난해보단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양파는 출하 조절로 공급량이 줄면서 이달 1㎏ 상품 기준 1500원으로 지난해(892원)보다 600원 넘게 비쌀 것으로 전망됐다. 마늘은 1㎏ 상품 기준 8100원으로 작년(8178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파는 출하량 감소로 ㎏당 1850원으로 1년 전(1604원)과 비교해 많이 올랐다.
 
가락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양념 채소 가격을 살펴보니 양파 대자가 10개 정도 들어가는 한 망 가격은 1만2000원, 중자는 7000원, 소자는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마늘은 1㎏에 9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가락시장 상인에 따르면 올해 잦은 비와 고환율로 인한 산지 작황 부진으로 고춧가루 가격이 지난해보다 국산이 70~80%, 수입산이 20% 정도 올랐다. [김채영 기자]
 
특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재료는 고춧가루였다. 올해 고추 생육이 부진해 이달 건고추 도매가격은 600g 기준(화건 상품) 1만3000원 안팎으로, 지난해(1만1205원)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락시장 상인에 따르면 고춧가루 가격은 지난해보다 국산이 70~80%, 수입산이 20% 정도 올랐다. 이 상인은 “고춧가루 한 근(500g)에 7000~8000원 정도 하던 게 올해 1만~2만원까지 올랐다”며 “국산은 올해 비가 많이 와서 탄저병에 걸려 고추가 많이 죽었고, 고환율로 산지 작황도 영향을 받아 농사 양 자체가 줄어들어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15만원 팔았는데 반 토막”…소비심리도 ‘꽁꽁’

 
김장재료 값 상승과 함께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올해 김장하는 소비자들이 확 줄었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8일 오전 찾은 서울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시장 내의 농산물도매시장이 한산하다. [김채영 기자]
 
같은 시간 다른 시장 상황도 비슷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호계종합시장도 평년 김장철과는 다르게 활기가 띠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장이 위치한 골목 바로 앞 덕현지구에서는 최근 주택재개발 사업이 한창이었다.
 
시장 골목 입구 부근에서 채소를 파는 김명예씨는 1년 만에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장재룟값이 많이 안 올랐는데 김장을 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코로나 상황도 나아졌는데 하루 15만원 정도의 매출을 내던 것이 반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호계종합시장 내의 호랑이 골목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채소가게 중 하나인 ‘명자네 야채’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0만~40만원 가까이 되던 이곳 매출 역시 마찬가지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명자네 야채’를 운영하는 백순자씨는 양념 재료 가격이 전보다 올랐다고 회상했다. “무, 배추 가격은 비슷한데 양념 재료가 조금씩 올랐다”며 “생강은 2000~3000원, 마늘 1접은 1만원 정도 올랐고, 고춧가루는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김장재룟값이 오른 것을 체감했다. 안양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주부 C씨는 “지난해에도 이 시장에서 김장 재료를 샀는데, 값이 꽤 올랐다”며 “재룟값도 비싸지만, 재료를 다듬고 김치를 담그는 수고까지 더하면 차라리 사 먹는 게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김장재룟값도 올랐겠지만,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올해 특히 김장하는 소비자들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가락시장 농산물시장에서 배추와 무 등 김장재료를 판매하고 있는 70대 상인 D씨는 “김장도 김장인데 이태원 참사 때문에 회식이 줄어서 식당 같은 곳에서 도매 거래량이 확 줄었다”며 “이미 10월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았었는데 이번 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도 “배추 가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아직 김장 비용을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다”면서도 “김장철이 이제 시작이라 손님이 적은 영향도 있겠지만, 이태원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날씨가 또 갑자기 추워져 출하량이 급감하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변동 폭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무섭게 치솟은 물가에 김장철 가격 부담이 커지자 올해 김장을 작년보다 적게 하겠다는 소비자 비중이 30.3%로 작년보다 많이 할 것(14.2%)이라는 비중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정부는 전년보다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마늘, 고추, 양파 공급량이 늘리기 위해 비축물량을 대거 시장에 내놓는 등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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