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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판결 뒤집힐까…“코로 마신 살균제 성분 폐까지 간다”

국립환경과학원·경북대·안전성평가연구소 공동 연구
연구진 “폐 손상 연관 증거 없다는 법원 판단 재고돼야”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신발 등 유품을 전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CMIT/MIT)이 호흡기를 통해 폐에 도달하고 상당 기간 인체에 남아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경북대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성분 체내 거동 평가 연구’를 통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8일 밝혔다. 과학원은 호흡기에 노출된 CMIT/MIT가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라고 설명했다. 또 국제학술지에 제출한 논문에서 “CMIT/MIT와 폐 손상 간 연관성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단은 재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CMIT/MIT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해 쥐의 비강(코)과 기도 등에 노출한 뒤 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CMIT/MIT를 실험용 쥐 비강에 노출하고 5분 뒤 확인한 결과 폐와 간, 심장 등에서 CMIT/MIT가 확인됐다. 신장에서 CMIT/MIT가 배출되는 것도 같이 확인됐다. 노출 후 30분이 지났을 때도 폐에서 노출 후 5분이 지났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CMIT/MIT가 나타났다. 피부와 고환에도 CMIT/MIT가 분포했다. 노출 후 6시간 후에야 폐의 CMIT/MIT 양이 감소하고 비강에 노출된 CMIT/MIT 상당량은 48시간 후 체외로 배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CMIT/MIT를 기도에 노출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해당 물질을 기도에 노출했을 땐 일주일 후 폐에 남아있는 방사능량이 비강에 노출했을 때의 2.2배로 많았다.  
 
연구진은 “비강에 노출한 뒤 폐에서 측정되는 방사능량은 노출량의 1%가 안 되지만 이번 실험은 (물질을) 한 차례만 노출한 결과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가습기살균제 인체 노출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런 누적 노출을 고려하면 실제 (사람의) 폐에 도달한 CMIT/MIT는 실험에서 측정된 양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의미 있는 건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이 무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목숨을 잃는 등 피해를 본 사람은 4417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법원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죄를 묻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소송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가 비강에 노출됐을 때 폐에 도달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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