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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가 젊어졌다”…77년 전통기업의 이유 있는 세대교체

[수장 바꾸고 변화 꾀하는 ‘뷰티 빅2’②] 젊어진 아모레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주요 자회사 대표 모두 40대
디지털 전환 주력…자매승계 초석이란 시각도 나와

 
 
아모레퍼시픽이 주요 계열사 대표를 40대로 앉히는 등 젊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연합뉴스]
국내 뷰티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젊음을 꾀하고 매출 하락세 쇄신에 나서고 있다. 올해로 창립 77주년을 맞은 전통 뷰티기업이지만, 최근 변화하는 소비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리더 멤버급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인사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주요 계열사 대표로 70년대 후반의 ‘젊은 40대’ 임원을 발탁하는 한편 주요 부서 팀장들을 이보다 연령대가 낮은 80년대 생으로 대거 교체하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이니스프리 대표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 디비전장을 맡고 있던 1978년생 최민정 디비전장이 이름을 올렸고, 에스쁘아 대표에는 1979년생 이연정 BM팀장이, 코스비전 대표로는 1973년생 유승철 대표를 발탁했다. 이외에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 유닛장으로는 1978년생 노병권 마케팅 부문장을 앉혔다. 한국 나이로 43~44살 수장이 포진하게 된 셈이다. 젊은피 임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70년대생이 주축을 이룬 주요 부서 팀장들은 팀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세대교체 조짐은 지난 2020년 말에 진행한 고강도 구조조정부터 시작됐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하락에 직격탄을 맞고, 1945년 창사 이후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그 결과 그룹 전체적으로 250여명 수준의 직원이 정리해고되면서 다수의 중장년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이 15년 차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면서다.
 

40대 수장 나선 이니스프리, 에뛰드 모두 흑자전환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새 판이 짜이고 있는 셈이다. 아직 젊은 수장들이 부임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내부적 변화는 없지만,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만 보면 성공적인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8월 40대 젊은 대표로 수장이 바뀐 아모레퍼시픽 주요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모두, 그룹사의 전체적인 감소세 흐름에도 불구하고 실적 반등세를 타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7% 상승하며 74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에뛰드 역시 매출액은 250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두 기업은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에서 온라인 중심, 즉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며 호조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니스프리는 자체 쇼핑몰 앱인 이니스프리 앱을 운영하며 온라인 채널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에뛰드는 네이버, 올리브영, 아모레몰, 카카오톡 등에서 자체 브랜드관을 운영해 제품을 온라인 판매한다. 온라인 중심의 판매채널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반면 수익이 나지 않는 오프라인 로드숍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실제 2019년 이니스프리 전국 매장은 920개였지만 지난 2분기 기준 470개로 줄었고, 에뛰드는 2019년 239개 매장에서 70개 점포로 반토막 이상 문을 닫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 판매 호조로 인해 주요 자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대부분 성장했다”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모두 로드샵을 줄이고, 동시에 디지털 채널 확장에 힘써온 것이 조금씩 성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가 운영하는 자사 쇼핑 애플리케이션. [사진 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 지분은 유지한 서민정…자매 승계 신호탄? 

일각에선 아모레퍼시픽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분위기 쇄신 측면과 동시에 승계 초석 다지기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서경배 회장 후계 1순위로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1991년생 서민정 씨가 꼽히는데, 그는 최근 에뛰드(19.5%)와 에스쁘아(19.52%) 주식 전량을 처분했지만 이니스프리(18.18%) 기존 보유 지분은 남겨놨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두 기업 지분은 두고, 매출 규모가 비교적 큰 이니스프리 지분만 남겨 향후 승계를 대비한다는 관측이다. 
 
또 지난 8월 서 회장의 차녀인 1995년생 서호정 씨가 아모레퍼시픽과 지주사인 아모레G(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을 각각 10억원가량씩 장내 매수를 진행하며 ‘자매 승계’에 대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나이 어린 후계자가 경영 전반에 나서기 전에 미리 이에 맞는 젊은 경영진을 전진배치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통상적으로 기업 후계자가 사업 구상을 보다 빠르고 확고하게 진행하기 위해 자신의 인맥을 탄탄하게 구축하면서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는 인사 단행 등을 통해 선대 경영자와 호흡을 같이 했던 인사들을 물러나게 하고, 젊은 후계자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을 신임하는 현상이 강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측은 후계 승계 과정에 대한 물음에 대해 “서호정 씨는 아모레퍼시픽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서 젊은 세대교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과 생각으로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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