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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환호성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며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부채 늘고 소득 감소하는 가계
경기 하강의 속도 조절할 열쇠

 
 
 
올해 6월 22일 미국 의회 상원 은행·주택·도시업무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12월 14일(현지시각)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앞두고 11월 소비자물가(CPI)가 1년 전과 비교해 예상 보다 낮은 7.1% 상승하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확실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준의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은 일단 지르고 보았다. 전월과 비교한 CPI 상승률은 0.1%이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만 보면 시장은 안정적이다. 미국 장기(10년 이상) 국채금리는 한때 4%를 넘었으나 물가상승률 둔화와 내년 경기하강 우려를 반영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었다. 반면 코로나19 발발 시기에 미국 회사채 가산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것과 달리 지금은 가산 금리가 줄어들고 있다. 경체가 침체하면 신용도가 좋지 못한 기업의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급등하는 게 원칙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 회사채 시장은 아직은 양호한 기업실적, 연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높은 기대, 은행과 사모 펀드의 대출 증가, 투자자 수익 추구 등의 이유로 과거 경기침체기보다 회사채 가산 금리 상승폭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 비해 미 회사채 시장은 아직은 경기하강 확률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채 시장과 비교하여 경기 하강을 선 반영하는데 시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경기하강이 본격화되면 가산 금리는 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 가산금리가 급등하면 경제에 이중의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주어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당연히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자금 조달 방법이 막막해진다. 미국의 이러한 상황을 반추해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금 경색이 더욱 심화될 것이고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의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증대한다. 미국의 좋지 않은 지표들을 보며 최근 미국 주가의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2023년 주가의 하락 가능성이 높은 징후를 소비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매우 높다. 주식시장의 산타랠리를 예상한다 하더라도 물가인상률보다 이제는 경기하강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큰 폭의 조정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식 시장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미국 1달러 지폐. [AP=연합뉴스]

“미국, 내년 저축 바닥나고 집값 조정 계속될 전망”

첫째, 미국 가계의 저축률 감소와 소비 둔화에 따른 미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 징후이다.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는 33%까지 치솟았던 저축률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1월 4.7%였던 가계저축률은 10월 2.3%로 하락하여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10월 소비자 신용은 전월 대비 무려 11억 달러 증가했다. 리볼빙 잔액도 101억 달러 늘었다.
 
JP 모건은 팬데믹 때 급증한 저축은 2023년 중반쯤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JP 모건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건 다행이다. 11월 소비자 지출이 5% 증가했으나 이는 직전과 비교해 낮아진 수치이다. 향후 수치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의 주택 가격의 조정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주택 가격은 80년대 초, 90년대 초, 2008년에 큰 폭 하락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두 자릿수 비율로 급락하는 것은 대공황과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뿐이었다. 올해 하락하기 시작한 주택 가격은 내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그만큼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2023년 말까지 미국의 주택 가격이 7%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가파르게 하락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는 주택가격하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무디스는 한 지역의 주택 시장이 25% 이상 높게 평가가 된 경우에는 이를 크게 고평가가 된 것으로 본다. 올 2분기 미국의 가장 큰 413개 지역 주택 시장 중 210개 지역이 크게 고평가된 것으로 분류됐다. 금리 인상으로 이런 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소비 감소도 피하기 어렵다.  
 
셋째, 미국의 11월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아직은 100이상으로 100.2를 기록했다. 지난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10월과 11월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11월 여건지수는 전월 138.7에서 137.4로 하락했다. 기대지수는 전월 77.9 대비 75.4로 하락했다. 여건지수는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대지수는 6개월래 최저치이다. 여건지수는 현재의 비즈니스와 고용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반영한다. 기대지수는 소득과 비즈니스, 고용 상황에 대한 단기 전망을 보여준다.
 
미국 뉴욕 한 마트 식료품 매대. 장바구니.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가격에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내년에도 금리 인상, 美 구매력 유지될지 미지수”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2023년에도 예정돼 있다. 올 3분기 미국의 가계부채가 지난 15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다. 고물가에도 소비가 꺾이지 않은 결과지만, 신용카드 이용액과 대출 연체율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계속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미국 가계부채 및 신용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총 가계 부채는 전 분기 대비 3510억 달러(2.2%) 늘어난 16조5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분기 기준 가장 큰 폭의 부채 증가다. 올 초 이후 부채 증가액은 1조262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에서도 언제까지 가계가 버틸 수 있느냐가 경기하강의 속도를 잴 열쇠로 보인다. 계속해서 모기지와 대출 금리는 오르고 실질 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가계 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경우 서민들과 취약 가구의 아픔은 배로 느껴진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의 급선회와 미국의 경기 침체 모면 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는 2018년 초에 미국 주식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고평가된 시장 중의 하나로 보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2023년 중 어디선가 미국 주식의 조정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당시 실러의 근거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기업의 '높은 자사주 재매입'과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운 심리가 IT 주식 같은 성장주를 보유하고자 하는 강한 바람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미국 기업의 이익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주식시장 성장을 합리화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싸다고 하지만 높은 금리 하에서 전반적인 자산시장의 가격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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