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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승계작업 꼼수?…‘인적분할’ 악재된 동국제강

동국홀딩스 지주회사 전환에 따가운 눈초리
인적분할 기업 급증…주주가치 제고 이어져야

 
 
동국제강 부산공장 전경. [사진 동국제강]
인적분할을 결정한 동국제강의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인적분할은 악재로 보기 어렵지만 오너일가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최근 인적분할을 결정하는 상장사가 급증하는 가운데 배당정책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9일 장 마감 이후 인적분할을 공시했다. 지난 12일 전 거래일 보다 9.67%(1300원) 내린 1만2150원에 마감한 동국제강은 다음날에도 0.82%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동국제강은 지난 9일 인적분할로 기존 철강 사업을 열연 사업 신설법인 ‘동국제강’(가칭)과 냉연 사업 신설법인 ‘동국씨엠’(가칭)으로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인 ‘동국홀딩스’(가칭)는 지주회사가 된다. 동국홀딩스(존속법인)라는 지주회사 밑에 철강 사업을 맡을 사업회사를 두고 이를 쪼개 열연 사업에 동국제강(신설법인), 냉연 사업을 맡을 동국씨엠(신설법인)을 각각 두는 형태다.
 
분할이 마무리되면 동국홀딩스는 지주회사가 된다. 분할된 신설회사 2곳은 주주총회를 거쳐 재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5월 17일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6월~7월께 신설 법인들이 증시에 상장할 전망이다. 동국홀딩스 자산 규모는 5597억원(부채비율 18.8%)다. 신설되는 동국제강은 3조4968억원(부채비율 119.0%)이고, 동국씨엠은 1조7677억원(부채비율 83.7%)의 자산 규모로 나뉜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0%, 동국씨엠 31.3%다.  
 
인적분할은 기업을 분리할 때 새로 생긴 법인의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같은 배율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주주들이 두 회사의 주가를 모두 소유할 수 있다. 통상 알짜 사업부를 떼어 내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되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호재로 여겨진다. 인적분할로 기존 동국제강 주주들은 분할 회사에 대한 지분을 가질 수 있다.  
 
‘경영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고 분할된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계열사 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번 동국제강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인적분할이 오너일가의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아서다. 실제 오너 일가는 지주사 출범으로 신설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동국제강의 최대주주는 지분 13.04%를 보유한 장세주 회장이며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은 9.43%를 갖고 있다. 장 회장의 나이는 만 69세로,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할 예정이다.  
 
동국제강 인적분할 구조. [사진 동국제강]
동국홀딩스는 분할 이후 공개 매수 방식의 현물 출자 유상증자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너일가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설법인 지분을 내놓고 존속법인의 지분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은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재무적 체력 회복에 따른 존속회사 등이 각 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주가치 향상을 추구한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적분할 이후 주가 하락세…주주가치 제고 필요 

동국제강을 포함해 최근 인적분할을 결정한 회사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인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이수화학 ▶OCI  ▶코오롱글로벌 ▶대한제강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아주산업 ▶AJ네트웍스 ▶한화솔루션 ▶동국제강 등 10곳이다. 지난해 하반기엔 1곳에 불과했다.
  
OCI의 주가는 지난달 인적분할 결정 이후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OCI의 현재 주가는 9만1900원(15일 종가)으로, 인적분할 공시 전 종가(11월 22일·10만2500원) 대비 10% 가량 빠졌다. 이수화학 역시 인적분할 공시 직후인 지난달 29일 4.80%나 급락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적분할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물적분할보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주주 가치 희석이 덜한 인적분할에도 주가가 떨어진다면 주주 가치를 위한 적극적인 배당 등에 나서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별로 수익성이 명확한 사업 부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는 자사주 매입과 수익성 개선 등으로 기업 가치가 부각되면 인적분할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건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서 중요한 건 OCI 화학 사업의 시너지”라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현물 출자는 자사주 등으로 이뤄져 향후 경영진의 지주회사 지분율 확대를 위한 주식 맞교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수화학의 이번 인적분할은 대주주의 지주회사 중심 지배구조가 완성된 상태에서 성장사업 육성 관점에서만 단행된 것”이라며 “기존 복합적인 사업구조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던 성장사업만 분할되었기에 숨겨진 사업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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