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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고대상 수상작으로 본 마케팅 트렌드 변화 4가지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광고는 파는 것이 아닌 고객에게 재미를 만들어 주는 것
마케팅 솔루션 아이디어로 사회문제 솔루션도 만들어야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영상을 제작한 제일기획이 TV 영상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사진은 비스포크 광고 화면.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올 한해 한국의 광고계를 결산하며, 최고의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수여하는 2022년 대한민국 광고대상의 주인이 결정됐다. 총 12개 부문 28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돼 최종적으로 72개 작품에 상이 주어졌다. 
 
라이프스타일 가전브랜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영상을 제작한 제일기획이 TV 영상부문 대상을, 광고대행사가 아닌 BGF리테일과 제작사 플레이 리스트가, CU의 웹드라마로 온라인 영상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또 퍼포먼스 마케팅 부문에서는 광고회사라기보다는 디지털 SI(시스템 구축) 기업으로 알려진 LG CNS가 코웨이를 위해 진행한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상을 받으며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지각 변동이 광고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등 의미 있는 시그널이 포착됐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한민국 광고 대상 수상작들의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올해 국내 광고 마케팅계의 눈에 띄는 변화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MZ 취향저격으로 대상 휩쓴 비스포크 크리에이티브  

알려진 대로 라이프스타일 가전 비스포크 전략은 대한민국 가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비스포크라는 브랜드는 ‘말하는대로 되다’라는 뜻을 지닌 ‘개인의 취향에 맞춘 가전’이라는 뜻이다.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이들의 다양화하는 취향에 따라 백색(白色) 가전은 ‘백인백색(百人百色)가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런칭 4개월 만에 가전 시장의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주방과 거실의 구분이 사라지고 주방이 인테리어의 범주로 들어오게 되면서 냉장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도 달라진 것을 간파한 혁신적인 전략이었다. 
 
지난 2019년 런칭한 비스포크는 이제 냉장고뿐 아니라 생활가전 전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MZ세대 취향을 존중하는 제품 콘셉트에 부합하는 크리에이티브로 이번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는 제일기획 비스포크 팀을 무대에 네 번을 세웠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영상을 제작한 제일기획이 TV 영상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사진은 비스포크 광고 화면.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 60년대 복고풍의 샹송이 흘러나오고 레트로 감성의 사무실에 않은 반바지 차림의 재택 MZ세대 근무자가 책상서람을 열고 와인잔을 꺼내고, 의자를 돌려 비스포크 와인 냉장고에서 와인을 따르며 한 모금 마신다. 이때 능청스러운 자막이 뜬다. “와인은 사무용품입니다” 
 
이 같은 비스포크 와인 냉장고 광고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 광고는 나오자마자 동영상은 1000만명 이상이 조회를 했고 광고음악으로 사용된 1960년대 프랑스 가수 크리스토프가 부른 얼라인(Aline)도 조회수는 2000만회를 넘겼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눈 내리는 겨울날, 여인이 한복을 입고서 먹을 갈고 있다. 벼루에 먹을 간 후 붓을 이용해 글을 적기 시작한다. 보는 이들은 종이에 무엇을 적어낼지 궁금함을 갖게 된다. 전통적인 우리의 것에 대한 느낌을 강조하며 완성한 글씨는 '얼죽아'다. 영상은 언더록 잔에 볼아이스가 들어 있는 붓글씨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라는 새로운 한자라고 능청스레 웃긴다. 전통적인 것과 현대의 신조어가 어우러진 이 장면에서 MZ들은 격하게 공감한다. 우리의 취향을 아는 냉장고라고. 이처럼 어느덧 주방가전에서도 소비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는 MZ세대들에게 던지는 열렬한 구애가 통하는 시대다. 
 

CU의 브랜디드 콘텐츠 ’편의점 고인물‘

온라인 영상부문 대상을 받은 CU의 숏폼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사진 CU]
온라인 영상부문 대상을 받은 CU의 숏폼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은 브랜디드 콘텐츠의 새로운 기록을 써냈다. 편의점 알바생인 ’하루‘가 CU에서 만나는 다양한 고객 군상들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풀어낸, 편당 1분짜리 20부작 웹드라마다. 매일 260만명이 보더니 유튜브 채널에 방영한 지 39일 만에 누적 1억 뷰를 넘겨 대박을 쳤다. 
 
해당 기간 지상파 1~10위 인기 드라마들의 평균 시청률은 8.9%로 ’편의점 고인물‘은 이 중 6~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홍보 영상 수준에 그쳤던 브랜디드 콘텐츠가 참신한 내용과 탄탄한 연출로 TV 드라마의 아성을 넘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이다. 출연배우 박은우의 인기는 대박 드라마 출연배우 만큼이나 상종가를 치고, 연출한 PD의 몸값도 껑충 뛰었다. 
 
핵심은 ’광고인 듯 광고 아닌 듯한 광고‘다. 이 시대의 광고는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에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이들을 만나는 편의점 알바들의 눈에 비친 재미있는 세상을 정말 실감 나게 그려나간다. 대부분 구독자의 댓글을 보면 공감일색이다. 고객인 MZ들은 편의점 물건을 사기 위해 기왕이면 즐거움을 전하는 CU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브라보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手語) CM송을 제작한 해태 브라보콘.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手語) CM송을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이적, 이영현,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불러 잔잔한 감동을 만든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조용한 부라보 송’은 오디오 부문 대상과 공익광고부문 동상을 받았다. 1970년에 출시되어 52년 동안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아온 최장수 아이스크림 해태 브라보콘은 CM송 역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국민 CM 송이다.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으로 시작하는 브라보송은 1976년 배우 정윤희와 신일룡이 출연한 TV광고에 중독성 있는 멜로로디로 오랫동안 불렸다. 2000년대까지 당대 톱스타들이 록, R&B등 다양한 장르로 편곡되어 불려 왔으나 정작 청각 장애인들은 들을 수가 없었다는 점에 착안, 당대 최고의 가수들에 의해 수화로도 불리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CM송을 최초로 만들었다. 수어로 1절을 부르고 2절은 가수들이 수어와 노래로 동시에 부르는 이 새로운 시도에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들은 즉각 화답했다. 해당 캠페인 영상은 유튜브 누적조회수 423만회를 돌파하고 기획의도에 공감하는 댓글이 500건이 넘는 등 조용하지만 울림이 있는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로 캠페인 이후 브랜드 선호도가 13% 증가하고 시장점유율도 34.7%가 오르는 등 마케팅 효과도 있었다.  
 
공익광고 부문 대상을 받은 경찰청의 ‘말 없는 112신고’는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같은 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신고가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119를 누르고 말이 없이 전화기의 패드를 똑똑 누르기만 해도 신고가 되고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아이디어다. 피해자가 신고 전화를 걸어 말없이 ‘똑똑’ 패드를 두 번 두들기면 경찰이 문자로 링크를 보내고, 스마트폰에 링크가 설치되면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실시간 중계를 하면서 피해 상황을 영상으로 알리게 된다. 경찰에게는 신고자의 위치가 자동 파악되며 경찰과의 비밀채팅까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쯤 되면 이런 것도 광고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광고는 마케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내면 그것이 공익 광고가 된다. 광고회사들이 마케팅 문제를 해결함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다투어 아이디어를 내는 이유는 문제 해결의 목적만 다를 뿐 방식은 같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번 광고 대상에서는 환경재단이 바다 쓰레기 수거캠페인 ‘씨넥’ 아이디어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부문 대상을 받는가 하면, 제분회사에서 곰표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콜라보와 굿즈를 만들어 가장 핫한 브랜드가 된 대한제분이 곰표 플로깅하우스로 OOH, 프로모션부문 대상을 받았고, 하이트 진로가 MZ세대의 술자리 문화를 저격한 ‘테라 스푸너’ 캠페인으로 크리에이티브 전략부분 대상을 받았다.
 

2022년 광고 마케팅의 4가지 현상

올해 대한민국광고제에서 나타난 현상을 토대로 마케팅 광고산업의 트랜드를 정리하면서 필자는 크게 4가지 현상에 주목했다.  
 
첫째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는 산업을 막론하고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모든 브랜드가 구애를 하는 대상이 MZ세대로 몰리고 있는 이유는 MZ세대가 당장의 구매력은 낮을지 몰라도 결국 이들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다양하면서도 세련된 취향이 전 세대의 소비 취향을 리드 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삼성전자의 사내 '밀레니얼 커미티',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 LG전자의 디자인경영센터 산하 라이프소프트리서치(LSR)실 등 내부 기구의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전통적으로 기성세대가 주도했던 가전 시장마저도 그 타깃을 MZ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두 번째로 이들 MZ세대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재미가 크리에이티브의 핵심 요체가 되었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의 광고는 더는 어떻게 물건을 파는가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얼마나 즐겁게 하는가에 그 목적이 있다. 고객을 즐겁고 감동하면, 고객은 팬덤이 되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택한다.
 
세 번째로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마케팅의 이슈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이슈도 고민해야 한다. 10개 카테고리의 72개 수상 작품중  40% 이상의 브랜드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광고에 산업에 있어서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며 따라서 브랜드는 이제 고객에게 구매의 사회적 이유까지 제시해야 한다.
 
끝으로 전통적으로 기업의 시스템을 구축해왔던 SI기업인 LGCNS가 퍼포먼스 부문이기는 하지만 광고대상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고도 더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폭풍의 중심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광고 산업은 디지털산업과 크리에이티브산업의 접점에 있고 따라서 확장의 영역과 그 잠재적 성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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