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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분주해진 기업들…합종연횡 가속 [IRA 국제전③]

IRA 발효에 배터리·완성차 등 국내 주력 산업 타격
배터리 업계 가장 적극적…글로벌 업체와 협력 강화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 무뇨즈(Jose Munoz)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부사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다섯번째),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Buddy Carter) 연방 하원의원, 라파엘 워녹(Raphael Warnock) 연방 상원의원, 존 오소프(Jon Ossoff) 연방 상원의원, 돈 그레이브스(Don Graves) 미 상무부 부장관.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종 간 합종연횡을 펼치는 한편 현지 공급망 강화를 통해 IRA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 공제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보조금이 전기차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북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부력 산업 중 하나인 배터리 역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북미 지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 및 가공한 광물 비율을 확대하지 않으면 현지에서의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비율은 ▶2023년 40% 이상 ▶2024년 50% ▶2025년 60% ▶2026년 70% ▶2027년 80%다. 여기에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가 내년부터 50%를 넘어야 하며 이 역시 매년 10%씩 상승해 2029년까지 100%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북미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9일 LG에너지솔루션-혼다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에서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공급망 강화 속도

국내 업체들은 IRA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내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합종연횡에 나서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일본 완성차업체인 혼다와 합작해 미국 내에 5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혼다가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을 배제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결정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혼다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합작 배터리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에 나섰다. SK온은 포드와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총 12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3곳을 짓는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에 연간 23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현대차그룹과도 동맹을 구축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실제 미국 조지아주 정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과 SK온이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조지아주 서배나에 설립될 현대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합작 공장 구상도 막바지 조율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과 별개로 광물 공급망 확보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월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Electra), 아발론(Avalon), 스노우레이크(Snowlake)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공급 받기로 했다. 일렉트라는 북미 지역에서 황산코발트를 정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 업체다.
 
SK온도 최근 호주 퍼스시에서 '글로벌 리튬'과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SK온은 리튬 정광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 것은 물론 글로벌 리튬이 추진하고 있는 생산 프로젝트에 지분을 매입할 기회도 부여 받는다. 이외에도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나라에서 원소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예정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사진 현대자동차]

현지 생산설비 확충

IRA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지 생산 설비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에 나선 상태다. 조지아 공장은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이곳에선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를 생산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IRA 대응 일환으로 조지아공장 착공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계획대로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지에 있는 내연차 공장에서 전기차 혼류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태양광 시장 점유율이 주거용·상업용 모두 1위인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설비를 증설하고, 씨에스윈드는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육상풍력 타워 생산공장을 활용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IRA에서는 가동 원전 생산 전력에 대해 최대 ㎿h당 15달러 세액공제를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 원자력발전 기자재 업체 간접 수혜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수소 기업들 역시 IRA에 청정수소 생산·활용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신설됨에 따라 이를 활용해 미국 내 수소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RA가 국내 주력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체들 역시 현지 공급망 강화와 생산설비 확충을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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