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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 ‘고액 알바’ 탈 씌운 전세대출 사기 잇따라

‘질권설정생략’으로 금융 사각지대 악용
임차인은 계약금 손해에 빚 가중 악순환
“에스크로 등 은행·중개인의 감시기능 강화해야”

 
 
한 시중 은행지점 입구에 전세 자금 대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일대에서 사회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악용한 신종 사기 행각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지사장을 내세우듯 임차인을 방패 삼아 대출 계약을 맺고 잔금 처리 당일 손을 빼 임차인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는 식이다. 
 
해당 사기는 일부 전세자금대출금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임차인에게 바로 반환되는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면, 은행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해 우선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질권설정’을 한다. 은행이 임차인과 전세자금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은행이 임차인에게 대출금을 직접 송금한다. 이를 전달받은 임대인이 추후 전세계약이 종료될 시 은행에 직접 임대차보증금을 상환하면 질권이 소멸되는 구조다.
 
하지만 반대로 질권설정이 생략된 상태로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일명 ‘질권설정생략’이라는 절차를 선택하게 되면 집주인은 은행이 아닌 임차인에게 대출금을 전달하고, 추후 임차인이 은행에 이를 반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편의상 일정 신용점수 이상을 갖춘 이들에게 질권설정 과정을 거칠 필요 없도록 한 것이 질권설정생략”이라며 “하지만 허들이 낮아 사회초년생도 해당 방식을 활용할 수 있으며, 추후 은행에서 대출금 반환 여부를 조회해야 하기 때문에 상환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기는 이러한 절차상의 편의성을 악용했다. 범죄 일당은 전세 계약을 체결할 임차인을 모집해 계약을 맺게 하고, 잔금 당일 해지 의사를 밝히며 계약금을 포기하고 전세자금대출로 처리된 잔금을 임대인에게서 돌려받도록 지시한다. 
 
이어 임차인이 이를 은행에 반환하는 대신 일종의 수수료를 받고 범죄 일당에게 넘기도록 꾀어낸 후, 결국 빚을 임차인의 몫으로 남기는 구조다. 임차인에게 마치 ‘꽁돈’이 생긴 것처럼 속여, 극히 일부인 수수료를 ‘고액 알바’라고 속이며 대출 사기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임차인은 5~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손해 보는 것은 물론이고, 빚까지 지게 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인터넷 뱅킹 확대로 낮아진 대출 허들

가장 큰 문제는 범죄의 타깃이 20·30 젊은 세대로 설정돼, 은행이 상환을 촉구하기 전까지 이에 대해 무지한 채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이런 방식의 신종사기 수법이 성행한다는 소식을 수차례 전해들었고, 실제로 한 달 전에 의심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며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유난히 공실을 집요하게 찾던 고객이 있었는데, 10일 후인 잔금 당일 갑자기 해지를 요구하더니 의심 정황을 전해 들은 은행에서 계약 승인을 거부하자마자 사무실에 깡패 같은 무리들이 수차례 들락날락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신종사기가 성행하는 이유로 허술한 대출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시중은행은 질권설정을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임차인에게 사전에 대출금 반환을 공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최근에 인터넷 은행 등 간단한 절차를 밟더라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용이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이 많아지다 보니 감시망을 피하기가 더욱 용이해져서 신종사기에 손을 대는 범죄 일당이 많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사기에 면밀히 대처하는 개인의 태도와 더불어 잔금 처리 이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개인이 사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기 때문에 ‘꽁돈을 벌 수 있다’ 혹은 ‘제3자인 누군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등의 부가설명과 함께 들어오는 제안들을 각별히 경계하려는 태도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과)는 “대출금이 곧바로 집주인에게 가는 구조에서 맹점이 발생한다”며 “대출금이 에스크로 계좌 등 제3기관에 머물러 있다가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게 되면 임대인 통장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에스크로(Escrow)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한 경우, 상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3자가 중개를 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김 교수는 이어 “제도를 바꾸는 건 금방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를 막는데 주로 기여해온 은행과 계약을 주선하는 중개인이 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출기관인 은행의 경우 임차인이 변제능력이 없는 20대이거나 사기집단일 경우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충분한 유인이 발생한다”며 “잔금날을 기준으로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해서 입주를 하게 되는 것인지 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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