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없이도 괜찮을까...하이브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JYP·SM 수익성 개선…하이브만 ‘뒷걸음질’
비용 증가 불가피…“위기가 기회” 평가도
에스엠과 JYP엔터 등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하이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주요 멤버들의 군입대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내년 주요 엔터사들이 대부분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스엠(1424억원), JYP엔터(1433억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765억원)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각각 56%, 33%, 38%씩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하이브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10% 감소한 2165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사업 및 신인개발을 위한 투자 비용 집행으로 인해 하이브의 내년 마진율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하이브의 내년 영업이익을 올해 대비 3% 감소한 2410억원으로 예측했다. 오프라인 활동 재개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신인 관련 비용 증가가 배경이다.
한화투자증권도 내년은 하이브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신인 그룹 데뷔로 신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출시 및 BTS 외 기존 IP의 본격 성장 궤도 진입 전까지는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BTS의 '군백기'는 하이브에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BTS의 공연과 완전체 앨범이 빠진 하이브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7.62% 감소했다. 이를 두고 선방했다는 업계의 평가도 있지만, 그간 하이브의 매출액의 약 60%를 BTS가 담당한 만큼 내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 6월 BTS가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자 하이브의 주가가 27% 이상 떨어져 하한가에 접근했다. 당시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조원 가량이 감소했고, 지난 10월에도 BTS 멤버 진의 군입대 소식에 주가가 하루 만에 2.5%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하이브의 주가는 연초 대비 60% 가량 하락한 상태다.
BTS의 군백기는 최소 3년 이상 지속될 예정이다. 모든 멤버의 제대 후 완전체 활동은 2025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BTS의 재계약 만료 시기와 맞물린다. BTS를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하이브의 주가도 반등하기 쉽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BTS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멀티레이블 전략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기라며 하이브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이브는 경쟁사와 비교해 현재 활동하는 아티스트와 내년 데뷔하는 신인 그룹이 가장 많은 엔터사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데뷔한 걸그룹의 성장세를 통해 신인 그룹들의 손익분기점(BEP) 도달 기간이 단축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그들의 가파른 성장은 실적 공백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한 것도 향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는 지난 1일부터 뉴진스를 시작으로 유료 구독 소통 서비스 모델인 '위버스'를 시작했다. 이미 글로벌 엔터사들을 통해 수익성과 흥행성이 모두 입증된 사업인 만큼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이혜인 연구원은 “하이브는 글로벌 IP를 보유하고 있는 엔터기획사이자, 플랫폼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사업자”라며 "만약 내년 연말 유료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할 경우, 매출액 580억원, 영업이익 230억원 수준의 실적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증권가는 하이브의 경쟁사인 JYP엔터와 에스엠이 내년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종료로 엔터 본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고 오프라인 활동 재개로 자회사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코스닥 상장사 중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와 2위에도 각각 에스엠과 JYP엔터가 자리했다.
JYP엔터는 스트레이키즈의 폭발적 성장 덕분에 경쟁사 대비 실적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연구원은 “JYP엔터의 경우 올해 북미·일본·중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 소속 아티스들의 폭발적인 팬덤 확장 시그널이 보였다”며 “음반·콘서트·유튜브·음원 등 모든 지표에서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냈고, 내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박하경 연구원은 에스엠에 대해 “내년 국내외 콘서트가 본격화되며 자회사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며 “팬덤 확대를 기반으로 한 높은 앨범 판매량이 수익성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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