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손 떼는데…구독 확장한 클래스101의 자신감은? [전쟁터 된 구독 시장③]
[인터뷰] 김지훈 클래스101 CBO
“개별 구매 성과 있지만, 콘텐츠 확산 걸림돌”
4000개 이상 클래스 ‘무제한 제공’으로 글로벌 공략
기술로 편의 서비스 마련…크리에이터 선순환 구축
굴지의 대기업들도 구독 경제에 손을 떼는 와중에 되레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있다. 이미 시장에 ‘레드오션’이란 단어가 등장했음에도, 이 기업은 자사 주력 상품을 구독 모델로 전면 전환했다. 사업 축소는 커녕 최근에는 국가별로 운영하던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결단을 내렸다. 잘 나가던 ‘소유’의 옷을 벗고 ‘경험’으로 전환한 클래스101에 대한 얘기다.
김지훈 클래스101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CBO)과 얘기를 나눴다. 구독 서비스에 뛰어든 자신감의 원천은 ‘콘텐츠와 크리에이터에 대한 확신’이다.
“국내 온라인 클래스 업계에서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통합 플랫폼을 선보인 일은 클래스101에서 최초로 이룬 성과다. 구독 모델로의 전환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드로잉·공예·요리·음악 등 ‘취미’부터 금융·재테크와 같은 ‘수익창출’까지, 25개 영역 내 약 140개 하위 카테고리를 운영하며 가입자가 자유롭게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구독의 경쟁력이다.”
“새로운 배움에 끝이 없는 곳 = 클래스101”
클래스101이 구독 모델로 전환한 이유가 기존 ‘개별 구매’ 방식에서 더 이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였을까. 실적이 좋지 못해 등 떠밀리듯 구독을 선택한 게 아니느냐는 질문에 김 CBO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클래스101은 4년간 차별화된 콘텐츠로 출시 이후 2021년까지 거래액이 약 1530%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김 CBO는 그런데도 ‘잘 나가던’ 소유형 모델을 고집하지 않은 이유를 “2018년 서비스 시작과 함께 도입한 개별 구매 방식은 당시엔 적합한 모델이었으나, 4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선 콘텐츠 확산을 고민하게 된 배경이 됐다”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할까’부터 ‘크리에이터들과 더 오래 더 멀리 갈 방법은 뭐지’ 등을 치열하게 논의했고, 구독 모델이라는 답을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김 CBO는 구독 모델이 크리에이터와의 상생에도 적합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스101+가 온라인 강의에 특화된 플랫폼이지만, 경쟁력은 유튜브·넷플릭스·티빙과 마찬가지로 ‘콘텐츠’에서 나온다. 좋은 클래스의 지속적인 공급이 이뤄져야 플랫폼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플랫폼 지속성은 이 때문에 크리에이터와의 수익 분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CBO는 “개별 클래스 방식은 경제 불황으로 인해 가격 허들이 생겨났고, 이는 이용자 이탈로 이어졌다”며 “구독 모델은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어쩌면 콘텐츠를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판단됐다. 이 지점을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크리에이터에게 전달하며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미·일 크리에이터 구독 동의율 평균 97%를 달성해 순조로운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수익 분배와 관련해선 “구독 서비스로 전환된 지금도 같은 질문을 받고 있는데 벌써 정산액 증가가 이뤄지며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구독자 확보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개별 구매처럼 클래스101+ 역시 서비스로 입증해낼 것”이라고 했다.
클래스101은 구독 모델 도입과 글로벌 통합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크리에이터가 더 편안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기능을 꾸렸다. 무료 자막 제공·추천인(레퍼럴) 링크·크리에이터 센터 개선 등 시스템 고도화는 물론 내부 스튜디오 운영과 오프라인 강의장 제공 등을 통해 제작자 입장에서도 구독 모델이 안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 전환 4개월, 시장 반응 ‘긍정적’
그는 “서비스 초기 구독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미국에서 성과가 두드러지는데, 특히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약 120개 국가에서 서비스하며 축적된 데이터와 K콘텐츠에 대한 인기, 그리고 지속해 고도화 중인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충분히 세계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CBO는 세계화를 위한 요소로 ‘기술을 통한 편의 서비스 구축’과 ‘콘텐츠 경쟁력’을 꼽았다. “약 4000개의 클래스는 국내 최다 클래스 숫자이고, 매달 100개 이상의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양도 중요하지만, 클래스 품질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각국 크리에이터 모집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생산된 클래스를 가입자가 원활하게 수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며 웃었다.
클래스101+의 자막 번역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에 기반해 구축됐다. 또 문맥을 이해해 번역하는 신경망 기계번역(Neural Machine Translation) 개발을 통해 품질도 지속 향상하고 있다. 그간 4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데이터를 통해 클래스를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클래스101+의 개인화 로직’도 구축 중이다.
김 CBO는 “기술력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최소화하자 한국 실시간 인기 클래스 톱(TOP)10에 평균 2~3개가 미국·일본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오르고 있다”며 “세계의 다양한 배움을 무제한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이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명한 차별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래스101의 서비스 전환은 외부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 플레이가 선정한 ‘2022 올해를 빛낸 자기계발 앱’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홀론아이큐(Holon IQ)에서 발표하는 ‘2022 동아시아 에듀테크 150’ 온라인 러닝 부문에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다만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면서 활황을 보였던 비대면 문화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클래스101은 서비스 축소 우려에 오프라인 채널 강화란 대응책을 내놨다.
김 CBO에게 현재 구독 서비스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에 전할 조언을 묻자 “구독 서비스의 난이도는 ‘상’이라, 시장에 필요한 비즈니스인지가 기본적으로 검토되어야 하고 단기·중기·장기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해야 한다”며 “충분한 규모의 시장이 있고 가입자 역시 뚜렷하다면 구독 서비스는 데이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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