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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부터 이름까지 전부 뜯어고친다…새출발 꿈꾸는 車업계

KG그룹 가족사된 쌍용차 사명 변경 추진
기아·르노자동차 등도 최근 리브랜딩 나서
폭스바겐·GM 등 글로벌 제조사도 로고 변경

 
 
 

KG그룹이 쌍용차의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변경할 계획이다. 사진은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 쌍용자동차]
얼굴부터 이름까지 싹 다 고친다. 자동차업계에 리브랜딩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의 새로운 전략 및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 중 2곳이 리브랜딩(사명 및 로고 등의 변경)을 완료했으며, 1곳이 이를 추진 중이다.

‘리브랜딩’은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제품 또는 상표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경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뜻한다.

기아는 지난해 1월 사명 및 로고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산업에서 기아자동차로 1990년 사명을 변경한 뒤 같은 해 3월에는 주주총회를 거쳐 31년 만에 사명에서 ‘자동차’를 뺐다. 당시 사측은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3월 기존 사명(르노삼성자동차)에서 22년 만에 ‘삼성’을 뗐다. 1995년 론칭한 삼성자동차가 IMF 사태를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르노그룹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가 탄생한 바 있다. 국내 인지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한 삼성 타이틀을 포기한 것은 자체 브랜드 및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도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사명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 KG그룹에 인수된 쌍용자동차는 현재 사명 및 로고 변경을 추진 중이다. 곽재선 쌍용차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2022 자동차인의 밤(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에서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사명을 유지할지 변경할 것인지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면서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앞으로 나올 신차에는 ‘KG’가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내년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변경한다. 이에 따라 1988년부터 사용된 쌍용차라는 이름은 3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자동차업계의 리브랜딩 작업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19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과 로고를 발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바 있다. 브랜드의 새로운 지향점을 전 세계에 공표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얼티엄(Ultium) 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제조사에서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제조사로의 전환을 앞둔 GM 산하 브랜드 뷰익도 최근 새로운 로고를 공개한 상태다.
 
기아는 지난해 사명과 로고를 변경했다. 사진은 변경된 로고가 달린 서울 양재 기아 본사. [연합뉴스]

얼굴 바꾸니 실적 뛰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사명과 로고를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와 역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르노코리아가 사명 및 로고 변경 계획을 밝혔을 당시에도 시민단체에서 반발이 있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은 부산경제의 희망으로 불렸던 삼성자동차 흔적이 사라지게 된다며 사명 변경에 반대했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명 및 로고를 변경한 기업들의 판매 실적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명 및 로고 변경에 성공한 기아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시장 위축 속에서도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판매 실적(국내 및 해외 포함)은 277만7056대로 전년 동기 260만6832대와 비교해 6.5% 늘었다. 올해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기아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 실적은 266만3734대로 전년 동기 256만8091대와 비교해 3.7% 증가했다.

올해 사명 및 로고를 변경한 르노코리아의 판매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 실적(내수 및 수출 포함)은 15만9964대로 전년 동기 12만51대와 비교해 33.2%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의 사명 또는 로고 변경은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따르지만, 고객들에게 새로운 전략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가장 명확한 수단 중 하나”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데, 이를 감수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더 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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