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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계약금 포기 분양계약 해지’ 팽창하는 PF 리스크 [PF 공포②]

집값 하락에 수분양자 계약 해지 잇따라
고금리·미분양에 자금줄 막혀 업계 위기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연합뉴스]
최근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으면서 억대에 달하는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분양계약 해지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분양 사업장에서는 시행자가 나서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잇단 금리 인상, 미분양 급증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경색까지 겹치면서 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건설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분양한 인천 송도자이더스타에서 일부 청약자가 계약 해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1억원(분양가의 10%)에 가까운 계약금 회수를 포기하고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  
 
이는 주변시세보다 높다라는 생각에 수분양자들이 분양권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도자이더스타는 분양가가 전용면적 84㎡ 기준 8억1490만~9억554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 등 옵션비를 고려하면 사실상 10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당 단지 주변 신축아파트들은 무려 3억~4억원이나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20년에 입주한 인근 더샵송도마리나베이의 전용면적 84㎡는 지난 11월 6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송도SKVIEW의 같은 면적은 지난해 8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 11월 5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반토막이 났다.  
 
업계에서는 계약 해지 사태가 본 PF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통상 부동산 PF 대출금은 분양을 통해 들어온 자금으로 상환한다. 토지 매수를 위해 사업 초기에 조달한 브릿지론은 본 PF 대출금으로 전환하고 이후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본 PF 대출금을 갚는 데 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금을 조달해야 사업이 진행되는 흐름이 있는데, 수분양자가 계약금·중도금·잔금을 치르는 구조로 2년 동안 돈을 낸다. 계약을 안 한다는 얘기는 이들이 납부할 계약금과 중도금이 없다는 얘기”라며 “그러면 시행사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건설 공사비를 댈 돈이 없는 거다. 그래서 PF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시행사·시공사도 미분양 급증에 분양 포기도  

반대로 시행자와 시공사가 나서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 시장이 위축되자, 분양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시점에 분양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미추홀구 도화동 서희 스타힐스 더 도화의 사업 시행사 유성티엔에스와 시공사 서희건설은 분양 계약을 전면 취소하고 계약금 전부와 합의금을 수분양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분양자 전체의 동의를 얻은 뒤 관할 구청인 인천 미추홀구청을 통해 입주자모집공고의 취소 승인 고시를 받아 수분양자의 청약통장 내 당첨 사실을 삭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서희 스타힐스 더 도화는 올해 7월 분양한 단지로 당시 144가구에 대한 청약 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전체 물량의 70%가 넘는 104가구가 미계약 또는 부적격 당첨 등의 이유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8월 무순위청약에서도 미분양으로 남아 9월초부터는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만약 이 현장의 시행사가 수분양들과 합의를 거쳐 입주자 모집공고를 취소하면 기존 사업권도 함께 소멸돼 이미 투입된 비용은 회수할 수 없어 시행사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업 시행자가 분양 계약 취소를 검토하는 사례는 전남 광양에서도 발생했다. 광양시 마동저수지 인근 더샵 라크포엠 시행사는 지난 10월 분양 계약을 마친 계약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 등 분양 시장 침체로 인한 입주자 모집승인 취소와 분양 연기를 검토 중에 있다”며 “기존에 납부한 계약금은 계약해제 절차에 따라 환불 및 위약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지는 올해 10월 본 청약에서 898가구 모집에 530명이 지원해 분양 과정에서부터 미분양 물량이 상당수 발생했다. 여기에다 다수의 당첨자가 계약까지 하지 않자, 아예 분양을 취소하고 추후 다시 분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미분양과 계약해지 사례가 늘어난다면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건설사의 부도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와 당시에도 단기간에 집값이 폭락해 주변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면서 미분양과 계약해지 요구가 급증했다. 이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과 입주거부가 늘어나 잔금 상환이 막히자 자금력이 약한 건설업체는 어음 등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가 됐다.  
 
최근에는 PF 조달 비율이 높은 편이라 리스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문도 연세대정경대학원 교수(금융부동산학과)는 “일단 분양률이 10%, 20% ,30%, 50%인 현장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며 “지금 건설하고 금융시장의 금리가 10%대로 올랐다. 금리 때문에 수익률을 깎아 먹으니 분양이 돼도 남을 수익이 0 수준이다. 시행사나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도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2023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부동산PF가 거의 중단되는 등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중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하고, 하반기에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의 부실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건설사들은 업계의 이 같은 우려에 ‘기우’라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는 사실 그 정도는 아니고, 어느 정도 조금씩 팔면은 된다는 그런 시그널도 있다. 실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곳 중 꽤 많이 계약을 했다”며 “만약에 2000세대가 분양을 한다하면 전부 일반 분양은 아니다. 1500세대 정도는 보통 조합원 물량인데, 어느 정도는 확보가 된 물량이다. 조합원들이 포기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PF시장의 자금조달 애로와 ‘돈맥경화’ 지속 상황에 대해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동산 PF 보증을 5조원 확대하고, 미분양 PF 보증도 5조원 신설한다. 차환 발행 어려움이 지속되면 단기대출을 장기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자 보증도 마련한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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