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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젠이 선택한 ‘레고켐바이오’…조 단위 기술이전 이어갈까

암젠에 ADC 플랫폼 기술이전…최대 1조6000억원 규모
빅파마 잇따라 ADC 치료제 도입…“추가적인 거래 기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본사 [사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대형 제약사인 다케다의 미국 자회사 밀레니얼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을 한 지 4년만이다. 회사는 이번 계약으로 받게 될 선급금의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매출에 따른 별도의 기술료를 포함한 계약 규모는 최대 12억4750만 달러(약 1조6050억원)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항체-약물 중합체(ADC) 플랫폼 기술과 이 기술을 활용한 ADC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이다. ADC 플랫폼 기술은 항체와 약물을 링커로 묶어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특히 항암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항암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암세포를 없애는데, 정상세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공격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ADC 플랫폼 기술은 특정 암세포에 반응하는 항체를 약물과 결합해 적은 양의 약물로도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DC 치료제 개발하는 암젠…레고켐바이오 플랫폼 기술 선택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암젠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ADC 플랫폼 기술을 항암제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암젠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ADC 플랫폼 기술로 적절한 후보물질을 찾아내려면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에 진입하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암젠으로부터 단계별로 수백억원 규모의 대금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선 암젠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이전 계약을 더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암젠은 현재 개발 중인 ADC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ADC 치료제 개발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ADC 항암제 ‘엔허투’가 상업화에 성공하며 ADC 치료제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현재 ADC 치료제를 향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은 뜨겁다. 미국 머크(MSD)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은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ADC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암젠은 앞서 다발성 골수종과 신장암 등을 치료할 수 있는 ADC 항암제를 개발하려 했지만 다른 방식의 치료제보다 유효성이 낮아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권해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암젠은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는데 ADC 관련 파이프라인은 없다”며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ADC 플랫폼 기술을 도입해 이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암젠이 ADC 치료제를 다시 개발하기 위해 선택한 기업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에 ADC 플랫폼 기술을 제공한 만큼 추가적인 기술이전 계약도 기대된다”고 했다.
 

레고켐바이오, 플랫폼 넘어 신약 개발 도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조 단위 기술이전 소식에 주가도 연일 올랐다. 이 회사가 암젠과의 기술이전 계약을 발표한 지난 23일에는 주가가 장중 19% 이상 솟았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부터 기술이전 성과를 확인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기존 기술이전의 마일스톤 및 계약금 등을 받아 수백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며 “암젠과 체결한 계약을 합하면 흑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플랫폼 기술에서 치료제로 연구개발(R&D)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LCB84는 내년 2분기 중 임상 1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앞서 세계 최대 규모의 암학회인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에서 LCB84의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한 바 있다. 권 연구원은 “LCB84는 ‘Trop-2’ 표적 치료제 시장에서 계열 내 최고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쟁 약물은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와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DS-1602’ 등”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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