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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채굴기 속도도 냉각…‘겹악재’ 시달리는 코인 채굴 업계

세계 최대 채굴 기업 코어사이언티픽 파산 신청
상장 채굴 업체 상위 10곳 부채만 40억 달러
이상 한파와 전기료 급등도 채굴 업체 발목 잡아
국내 업체들도 타격…채굴기 저렴해 기회라는 시각도

 
 
[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가상자산) 채굴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올해 들어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암호호폐 시세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록적인 한파와 전기료 상승을 이유로 채굴기 가동을 중단하는 등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8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주요 암호화폐 채굴 업체들이 최근 채굴을 중단하거나 파산을 신청하기에 나섰다.
 
지난 9월 미국 암호화폐 채굴 업체 컴퓨트노스는 미국 텍사스 남부 지역의 파산법원에 챕터 11을 신청했다. 챕터 11은 법원 감독 아래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회사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업회생절차와 유사하다.
 
지난 11월 호주 시드니 소재 채굴 업체 아이리스에너지는 1억 달러 상당의 대출금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한 특별목적회사(SPV) 2곳의 채굴 작업을 중단하고, 담보로 잡힌 채굴 장비가 압류된 바 있다.
 
이달 들어선 비트코인 채굴 업체 아르고 블록체인(ARBK)이 나스닥으로부터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으며, 다른 업체 그리니지는 암호화폐 수탁 업체인 뉴욕디지털투자그룹(NYDIG)에 채굴기를 매각해 5700만~6800만 달러의 부채를 소멸시키기로 했다.
 
앞서 21일에는 세계 최대 채굴 기업인 코어사이언티픽마저 무너졌다. 이날 코어사이언티픽은 미국 텍사스 남부 파산법원에 챕터 11을 신청했다. 회사는 법원에 자사의 부채는 13억3000만 달러, 자산 14억 달러로 보고했다. 또 코어사이언티픽은 앞서 지난 11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내 보유 현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파산은 채굴 업체 파산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암호화폐 채굴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채굴 상장사 상위 10개 부채 규모. [사진 해시레이트인덱스]
최근 각국 증시에 상장된 암호화폐 채굴 업체들의 총 부채는 4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채굴 데이터 플랫폼 해시레이트인덱스에 따르면, 코어사이언티픽이 13억 달러, 마라톤이 8억5100만 달러, 그리니지가 2억1800만 달러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란 멜러루드 해시레이트인덱스 애널리스트는 “대개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 비율)이 2 이상이면 재무건전성이 위험 상태인 것으로 간주되며, 특히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채굴 산업에서는 훨씬 더 보수적인 부채비율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코어사이언티픽은 26.7, 그리니지는 18, 스트롱홀드는 11.1의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는 등 채굴 업체들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3개월 암호화폐 시가총액과 거래량. 지난 11월 초중순 이후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채굴 업계는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FTX의 파산 신청 이후 암호화폐 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줄어 시세가 떨어진 데다가, 국내서도 ‘위믹스’ 코인이 상장 폐지되는 등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크게 손상됐기 때문이다.
 

한파와 전기료도 채굴 업체 발목 잡는다  

채굴 업계를 어렵게 만드는 건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뿐이 아니다. 기록적인 한파와 전기료 인상이 이들에게 또 다른 난관이 됐다.
 
26일 비티씨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을 덮친 겨울 폭풍의 영향으로 텍사스주 소재 비트코인 채굴장의 해시레이트가 156 테라해시(TH/s)를 기록했다. 이는 2주 전 237TH/s와 비교하면 약 34%나 급감한 것이다. 이는 미 국립기상청이 북극발 폭풍을 경고한 뒤 대다수의 암호화폐 채굴자가 작업을 중단하면서 해시레이트가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시레이트는 암호화폐의 연산 작용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채굴의 성공 확률과 실제로 채굴에 성공한 시간으로부터 도출되는 이론값이다. 쉽게 말해 채굴기가 작동하는 속도로 정의할 수 있다.
 
채굴 기업 라이엇 블록체인은 기상 조건 악화로 텍사스의 록데일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코어사이언티픽도 전력 안정화를 위해 전력 감축에 들어간다며 당분간 비트코인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탈라스디에이의 마이닝센터 내부. [사진 탈라스디에이]
또한 전기료 급등 영향으로 캐나다 전력 공기업인 BC하이드로는 기후 행동, 경제적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대한 전력 공급을 18개월간 중단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채굴을 위해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극히 적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23일 코인데스크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소재 비트코인 채굴 업체인 크립토볼트, CMG 크립토커런시 마이닝 그룹, 매버릭 그룹 등이 전기료 인상에 따라 채굴 시스템 가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풍부한 수력발전 전력자원, 낮은 수요 등으로 전기요금이 비교적 낮은 북유럽 지역으로 코인 채굴 업체들이 이동했지만, 올 겨울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 업체들이 전기료 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전력 거래소 노드풀에 따르면 노르웨이 북부의 이달 전기료는 킬로와트시(kWh) 당 평균 18센트로, 지난 3년 평균치의 약 4배다.
 

국내 업체도 ‘피차일반’…“수익 내려면 시세 상승 필요”

국내의 경우 상황도 다르지 않다. 비트코인 가격이 점차 내려가면서 채굴을 계속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한 채굴 업체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으로 실질적으로 채굴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며 “업체 내부 분석 결과, 비트코인 가격이 3500만원은 넘어야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롭게 채굴에 뛰어들려는 투자자에게는 지금이 적기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현재 최신 비트코인 채굴기인 마이크로BT(M30S++110T, M50S 118T), 비트메인(S19 95T) 등은 최고가 대비 70~80% 폭락했다. 업계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3만 달러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투자비 대비 연 20%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채굴 업체인 킹콩마이닝의 엄순기 대표는 “채굴을 통하면 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일 누적해 보유할 수 있으며,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는 비트코인 채굴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진입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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