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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보다 비싼 현금서비스 받는 이유…DSR 규제가 ‘독’ 키웠다

카드론 잔액, 한 달 새 5455억원 감소
현금서비스·리볼빙은 같은 기간 모두 증가
올해부터 DSR에 카드론 포함된 영향

 
 
지난 8월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 결제 카드사 안내 표시 모습. [연합뉴스]
국내 중·저신용자들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을 줄이고, 더 금리가 높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과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서비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강화되면서 카드론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이지만, 오히려 더 높은 금리에 애를 먹는 서민들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카드론 잔액은 34조2866억원으로 전달 34조8321억원보다 5455억원 줄었다. 카드론은 본인의 신용도와 카드이용실적에 따라 카드사에서 대출해주는 2개월 이상 장기 금융상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5516억원에서 6조6053억원으로 537억원 늘어났다. 현금서비스란 회원의 신용카드 한도 중 카드사가 지정한 만큼의 한도 내에서 물품이나 서비스의 구매가 아닌 현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소액대출이다.
 
리볼빙 잔액의 경우에도 7조756억원에서 7조2104억원으로 1348억원 증가했다. 리볼빙이란 카드나 현금서비스 대금을 약정된 결제일에 전액 납부하기 어려울 때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처럼 최근 들어 카드론 이용은 줄고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이용이 늘어난 건 정부 정책 영향이 컸다. 카드업계에서는 DSR 규제가 강화된 점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연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올해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대출자는 DSR이 40%를 넘기면 안 된다. 제2금융권 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50%를 넘을 수 없다. 여기에 카드론이 DSR 규제에 새롭게 포함된 것이다. 지난 7월부터는 규제가 강해져 총대출액 1억원으로 하한선이 변경됐다.
 
문제는 DSR 규제에 카드론은 포함되지만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은 제외됐다는 점이다. DSR에 막혀 카드론을 받지 못하는 차주들이 규제 밖 서비스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카드사들도 고금리 시대를 맞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카드론 상품의 ‘디마케팅(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에 나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조달 금리가 너무 올라 역마진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라 카드론 심사를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도 경기침체와 고금리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라 카드론 디마케팅은 지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비싸진 ‘서민급전창구’…카드사·차주 모두 손해

일각에선 이런 DSR 규제의 여파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서민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카드론은 물론, 현금서비스과 리볼빙 모두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쓰이는데 평균금리는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이 카드론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기준 카드론의 평균금리는 13.92~16.99%로 집계됐다. 반면 현금서비스의 평균금리는 지난 9월 기준 17~19.22%, 10월 기준 결제성 리볼빙 평균금리는 14.35~18.46% 수준이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평균금리 상단이 법정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이 줄고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반가운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은 수수료율이 높아서 차주들의 연체 가능성을 키운다”며 “중장기적으로 카드론 실적이 늘면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게 좋지만 DSR 규제에 발목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DSR 규제의 취지는 이해하나 카드론이 포함되는 게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가령 카드론에 한해 60% 이상으로 완화하는 등 정책을 변경한다면 카드사 건전성도 제고하고 저신용 차주들에 대한 금융지원도 키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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